우리 사회는 상당한 기간 동안 마약류는 일부 연예인, 소수 특수계층 등에 제한된 문제로 여겨왔다. 그러나 최근에는 일반인도 현대사회의 즉흥적 쾌락을 탐닉하는 풍조와 함께 소외현상,좌절 등의 원인으로 마약류의 유혹에 쉽게 빠지는 징후가 관찰되고 있다. 일부에서 향정신성 의약품을 ‘머리가 좋아지는 약’, ‘살이 빠지는 약’ 등으로 오인하도록 정보를 제공하면서 관련 향정신성 의약품을 무분별하게 사용하여 중독되는 사례도 증가하고 있다.1,2) 이에 더하여 인터넷, SNS 등 첨단기술을 활용한 양방향 소통 증가는 마약류 물질 또는 의약품에 대한 불법적 접근성을 무절제하게 높이고 있다.3)
이런 세태에 따라 해외에 비해 상대적으로 마약류 물질 또는 의약품의 오남용, 중독이 심각하지 않았던 우리나라에서도 최근마약류 범죄가 증가하면서 사회적 우려가 커지고 있다. 대검찰청 마약류 범죄백서(2022년도)에 따르면 2015년도에 마약류사범이 10,000명 선을 초과한 후 2021년도에는 18,395명으로 증가하였다.4,5) 한국마약퇴치운동본부 활동, 마약류 퇴치 광고, 약물중독 예방교육 및 캠페인, 마약 중독자 사회복귀 지원 등을 통해 마약 중독자가 약물에서 벗어나 사회로 복귀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지만, 보다 체계적인 마약 예방 및 치료프로그램의 도입과 활성화가 필요하다는 요구가 이어지고 있다.6)
최근 발표된 체계적 문헌고찰에 따르면, 해외에서 이루어진지역약국 약사의 마약류 의약품 관련 정보 제공, 상담 등의 활동은 마약류 의약품 복용으로 발생할 수 있는 위험을 감소시키는 데 상당한 기여를 하고 있다.7) 코로나19 상황에서도 지역약사는급작스러운 팬더믹으로 공백이 된 의료체계의 일부분을 담당하는 역할, 특히 취약계층, 마약류 의약품 관리 등에서 사회적 필요에 부응하는 모습을 보였다.8-10) 가장 최근에는 미국과 호주를중심으로 Opioid Use Disorder 치료약 처방 또는 복약 관리,11,12)마약류 의약품 오남용 치료 또는 예방을 위한 의약사 협업 프로그램 개발13-15) 등이 활발히 논의되고 있다.
국내에서는 2019년 경기도 약사회가 마그미약국 모델을 제안하여 활동하고 있다.3) 마그미약국은 지역사회 자원을 연계하여 기존지역약물상담센터를 발전시킨 형태로써, 약물중독 예방 정보제공뿐 아니라 보다 적극적인 형태의 약물치료재활 서비스를 연계하여 제공하도록 기획되었다.3) 대구광역시약사회와 대구마약퇴치운동본부도 2020년 하반기 시범실시를 거쳐 2021년 1월부터 ‘마약류 중독 상담약국(이하 마중약국)’을 운영하고 있다(Fig. 1).16) 마중약국은 마약류 중독 관련 문제를 겪고 있는 환자를 대상으로 약물중독 선별 검사 실시, 마약류 중독에 초점을 맞춘 심층복약지도등의 서비스를 제공한다. 또한 불법마약류 사용 의심자와 향정신성의약품, 오남용 우려 의약품 처방을 자주 받는 고위험군 환자는당사자가 요청할 경우 대구마약퇴치운동본부 약물중독 상담 센터와 연계해 재활서비스 받을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본 연구는 마중약국 시행 1년 6개월이 경과된 시점에서 마약중독예방을 위한 지역약국 약사의 활동 현황을 확인하고, 개선 필요 사항, 지원 필요 사항 등을 점검하여 마중약국 활동을 개선·확대할 기초 자료를 마련하고자 수행되었다.
본 연구는 대구광역시에서 마약류 중독 상담약국에 참여하고 있는 지역약사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단면 연구이다.
본 연구는 2021년 대구광역시에서 마중약국으로 등록한 42개약국의 개설약사 중 연구 참여 의사가 있는 이들을 포함대상으로 하였다.
자료수집 도구로 구조화된 자기기입식 설문지를 개발하였다.설문지는 4개 부분, 24개 문항으로 구성되었다(supplementary material 1. 설문지). 기본 정보: 4문항, 마약류 중독 예방 상담약국 참여 동기와 운영: 8문항(개방형 5문항 포함), 마약류 중독 예방 상담 경험: 11문항(개방형 5문항 포함), 마약류 중독 상담 교육과정에 대한 의견: 1문항으로 이루어졌다. 상담 사례가 되었던 약물에 대해서는 중복 응답을 허용하였으며, 개방형 질문에대한 답변 중 모호한 내용은 추가 확인을 실시한 후 분석에 포함 하였다. 설문조사는 2022년 7월~9월 실시하였다. 설문지는 약국을 방문하여 직접 배포하였으며, 연구대상자 편의에 따라 현장방문 시 즉시 작성하여 제출 받거나, 팩스, 우편 등의 방법으로 회수하였다.
수집된 자료는 엑셀을 이용한 증례기록서에 입력 및 정리하였다. 복수의 연구자가 입력된 자료를 상호 검증하여 자료의 질을보증하고자 노력하였다. 양적 분석이 가능한 설문 문항에 대해기술통계분석을 실시하였다.
본 연구는 영남대학교 생명윤리위원회 승인 후 수행되었다 (IRB승인번호 7002016-A-2022-012-01). 연구참여자는 연구자에게 연구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자발적으로 서면동의서를 작성하였다.
대구광역시에서 마중약국으로 활동한 42명의 약사 중 41명이회신하였다(회신율 98%). 이 중 동의서 미제출자와 다수 설문문항 미응답자를 제외한 38명을 최종 분석대상에 포함하였다. Table 1은 연구에 참여한 약사들의 기본정보를 나타낸 것이다. 50대가 63%로 다수를 차지하였고, 지역약사로 활동한 경력은대부분이 10년 이상에 해당하였다. 대형병원 인접 약국은 5%정도로 소수였으며, 클리닉 건물에 입주한 약국이 약 24%, 그외 중/소형병원 인접 약국과 일반적인 동네약국인 경우가 35%내외로 유사하게 분포하였다. 독립적인 상담 공간이 없는 약국이 74%로 대부분이었다.
마중약국 등록 후 관련 상담을 진행한 경험이 있는 연구참여자가 과반 정도에 불과했고, 그 중 1~2회가 31.6%로 가장 많았다(Table 2). 5회를 초과한 연구참여자도 6명(15.8%)에 해당하였다. 상담한 사례는 대부분 전문상담 권유로 이어졌으나 이에순응한 환자는 소수에 불과하였다. 사례당 상담시간은 평균 15분 미만이 16명(44.7%)으로 가장 많았다.
상담 대상 약물은 의료용 향정신성의약품이 74%로 대부분이었고, 그 다음이 의료용 마약, 비의료용 향정신성의약품(예: 필로폰), 트라마돌 순이었다(Fig. 2). 이들 약물의 용도는 수면안정제(48%), 식욕억제제(39%), 마약성진통제(13%) 순이었다.
연구에 참여한 약사들이 인지하는 위험 환자의 징후는 크게 두 가지였다. 중독 의심 증상을 호소하면서도 복용 중단 시 일상생활이 어려울까 걱정하며 약품 복용을 지속하는 경우와, 의심처방에 대한 조제를 요청하는 경우였다.
“한 달 분 처방을 받은 후, 20일 경과 후, 다시 처방 받아서 약국을 방문함(id12)”
“식욕억제제를 이 병원 저 병원에서 중복해서 받아(id29)”
“2~3종의 향정신성의약품을 한꺼번에 처방 받음(id41)”
오남용 징후가 보일 때 연구 참여 약사들은 상담 시도(약물 특성 설명, 약용량 감량 권유), 전문 상담 권유, 대체활동이나 대체약물 권유하는 등의 노력을 했다고 진술했다. 다만, 처방의와 직접 상의했다고 언급한 참여자는 1명에 불과했다. 참여 약사의 약70%가 마중약국의 필요성을 높이 본 반면, 활동에 대해서는 만족도 불만족도 하지 않는 경우가 절반 이상이었다(Table 2).
참여 동기는 사회적 차원과 개인 차원 사유가 혼합되어 나타났다. 사회적 차원은 전문가로서의 사회적 책임감, 마약류 중독문제에 대한 경각심, 돕고 싶은 마음이 주를 이루고 있었다.
“늘상 접하는 동네 약사라 망설일 때 용기 낼 수 있는 동기가 되지 않을까… (id36)”
“의사의 처방으로 인한 중독… (환자는) 안전하다고 생각함(id39)”
“의료용 마약류의 경우 약국에서 일차적으로 충분한 상담이 이루어진다면 중독 예방에 큰 역할을 할 수 있으리라 생각(id41)”
개인 차원은 약사회 권유가 가장 많았고, 마중약국 활동 노출로 필요성을 공감 하였다거나, 매우 드물기는 했지만 마약 취급약국이어서 참여하고자 하는 동기가 생겼다고 한 사례도 있었다.
마중약국 활동에 대해 만족한다고 답한 다수의 약사는 국민건강에 이바지, 약사의 책임 등 거대 담론을 자주 언급했다. 소수이기는 하나, 응답한 약사들은 필요한 도움을 줬다고 느낄 때 마중약국 활동에 보람을 느꼈다는 구체적 경험을 소개하였다. 소통에 관심을 기울이고 복약지도 능력 향상에 애쓰다 보니 전문성 강화에도 도움이 되고 있음을 나타냈다.
“향정약 처방에 조금 더 관심을 가지고 복약지도 및 부작용 설명을 자세히 해드릴 때 고마워하심(id30).”
“젊은 여성분이 약국에 마중약국 현판을 보고 (필로폰 중독) 상담을 요청했고, 상담을 진행… 지역 약국에서도 준비만 되어진다면 중독상담자 역할을 충분히 할 수 있다고 느꼈고 보람 있었다(id40).”
그러나 상담 실패의 경험이 많거나, 아예 상담 사례가 없어 무력감을 느끼고 있는 참여자도 상당수 있었다. 업무부담, 상담역량부족, 상담환경부족 등으로 충분한 상담을 하지 못하고 있다고 토로하거나, “어쩌면 용기 내서 왔는데 (약사인 내가) 바빠서시간 못 내는게 아닌지(id36)”, “자세하고 집중적인 상담이 어렵다(id9).”, “정신과 영역에서 사용하는 용어가 부정적인 것이 많아 설명하는데 적절한 용어의 선택이 어려움(id32).” 등의 고충을 털어놓았다.
약사들은 상담을 시도하여도 이에 대해 일부 환자들이 부정적 반응을 나타내는 것에 어려움을 느끼고 있었다. 거부 사유는 관심 거부(고립 선택), 본인 과신, 의사 과신, 무관심/무지, 두려움,부인(불인정), 복합 심리 요인(우울, 분노, 불신), (다이어트)효과우선/의존성 등으로 나타났다.
“향정약의 오남용 부작용에 대해서 말씀드려도 많은 분들이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시고 설명 듣는 걸 귀찮아 하심.(id30)”
“’펜터민이 있나?’라는 전화 문의가 두 번 정도 있었는데 ‘약은 없는데…’하고 약에 대한 설명을 해드리려 했으나 원하지 않음(id38)”
처방의와의 협업이 어려운 상황에 부딪히면서 무력감을 느끼고 있는 등, “병원에서 마약류의 무분별한 처방으로 인한 환자들의 마약류 중독을 막지 못하는 점(id5).” “약국에서는 거의 병원 처방에 의한 의료용 마약류에 중독된 사람들을 대하므로 약사가 할 수 있는 것이 없다(id39)” “마약류 처방을 낸 병원의사와의 관계로 적극적인 활동이 어려움(id6).” 주어진 역할을 충분히 해내지 못하고 있다는 자책 또는 불만족스럽다는 의사를 내비쳤다.
“결과물이 없는데, 대중매체에서는 (마약류 관련) 상당히문제가 많이 제기되고 있어 제대로 하고 있는게 없는 듯 해서 미안한 마음입니다(id11).”
“기관과 연결해주는 역할 밖에 없는 것 같습니다(id 37)”
활동에 대한 부정적 의견은 마중약국 필요성에 대한 회의적 시각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연구참여자들 중 필요성을 높게 평가한 다수는 대중의 마약류 노출빈도 늘어나고, 코로나로 마약류 중독이 심화될 수 있는 환경에서 지역약사가 마약류 중독 예방 상담을 제공할 수 있는 접근성 좋은 일선 전문가라는 자각에 기인하고 있었다.
“COVID 19 유행으로 인해 정신과 육체가 모두 피곤하다보니 정신과 약물(주로 마약류)을 복용하는 사례가 갈수록많아지는 것 같아(id6)”
“의료용 마약류라도 중독될 수 있음을 약사가 말해주고조절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id 39)”
“집 근처에서 상담할 수 있는 플랫폼 중에서 약국이 가장적합(id 40)”
“정부주도, 처벌 위주의 방식으로는 마약류문제에 적절히대처할 수 없음(id41)”
마중약국 필요성에 대한 부정적 의견을 가진 이들은 마중약국 활동 현황에 대해 충분히 만족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었다(Fig. 3).
“모든 약국이 해야 될 일인데 모든 약국이 참여하고 있지는 않다(id 27)”
“마퇴본부에서 하는 사업이 더 효율적이라 생각됨(id 21)”
참여한 약사들이 토로하는 어려움의 대부분은 하고자 하는 만큼 또는 해야한다고 생각하는 만큼 실천할 수 없는 상황과 밀접히 관련되어 있었다.
“참여 약국 간 정보나 업무에 관한 교류가 없다(id 36)”
이에, 대부분 참여자가 지원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우선 사항 두 가지는 ‘마약류 중독 상담 전문 창구와 긴밀한 협력,’ ‘마약류 중독 상담 약국 업무 가이드라인’이었다(Fig. 4).
‘정부나 약사회 등으로부터의 재정적 지원’이 그 다음 세번째 필요 사항이었으며 환자용 자료, 약사 대상 관련 교육등이 후순위였다.
“마약류 상담은 기본적으로 상담 시간이 많이 소요되는일인데, 그에 따른 보상(수가 등)이 없어 기회비용이 크다(id 17).”
상담 역량 걱정이 상당히 있었지만, 이와 관련해 필요성이 높은 교육 컨텐츠는 강의식 약물 관련 교육이 아니라 실 사례 중심, 마약류 전문 상담 등으로 나타났다(Fig. 5).
본 연구는 마중약국 시행 1년 6개월이 경과된 시점에서 개선및 지원이 필요한 사항을 탐구하고자 마중약국 활동에 참여하고 있는 지역약국 약사의 인식 및 활동 현황을 조사 하였다. 참여약사들은 마약중독예방의 일선에서 활동할 수 있는 ‘접근성이높은 전문가’로서의 약사 입지조건에 대해 대체로 정확히 인지하고 있었다. 다수의 약사들은 의약품 전문가로서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는 마약류 의약품 중독에 대한 경각심, 책임감 등 공익적 이유로 마중약국 활동에 참여하고 있었다. 공익이라는 거대 담론이 내세워지는 가운데에서도 참여자 중 일부는 마중약국 활동을 통해 환자에게 실질적 도움을 줌으로써 느끼게 된 구체적인 보람을 설명하였다.
본 연구를 통해 참여도가 높은 약사들 중심으로 마중약국 활동이 의료용 향정신성의약품에 대한 복약지도에 보다 주의를 기울이는 등 전문성 향상으로 이어지는 긍정적 결과를 도출할 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들은 접근성 높은 일선 전문가라는 자각을 바탕으로 마중약국 활동을 잘하고자 하는 의지가 생기고, 일상적으로 복약지도에 충실하고자 노력을 기울이게 되었다, 그 결과 상담 기술이 향상되면서 환자에게도 영향을 미치게되고 환자의 호평을 들으면서 마중약국 활동에 대한 선순환 흐름에 안착할 수 있었다고 진술했다.
그러나, 마중약국 활동이 시작 단계이기는 하지만, 상당수 참여자들이 느끼는 부정적 전망도 함께 확인할 수 있었다. 참여자의 부정적 전망 저변에 존재하는 인식에는 미묘한 차이가 존재했다. 현재 할 수 있는 일에 대한 인식의 차이, 예를 들어, 전문상담으로의 회송으로도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으로 인식하는 이와, 그 정도로는 부족함을 느끼는 이는 각각 긍정적, 부정적 전망을 언급하였다. 또한, 약사의 사회적 역할을 소극적으로 정의하는 경우 부정적 평가로 이어지는 것으로 보였다. 이는 처방에 대해 적극적 의견을 개진할 경우 벌어질 수 있는 처방의사와의 불편한 관계에 대한 우려와 연결될 것이다. 참여자들은 처방의와의 협업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면 결실을 맺기 어려울 것이라는 어두운 전망을 가졌으면서도 막상 처방의사와 직접 의사소통을 하는 것에는 대체로 소극적인 모습을 보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러나, 처방의사가 바뀌지 않으면 약사는 할 수 있는 것이별로 없다는 인식은 약사 스스로 전문가이기를 포기하는 것일 수 있다.17) 현재는 환자가 약사에게 이야기해 줄 것을 요구하는 시대, 환자중심서비스의 시대이며, 충실한 복약지도가 이루어지지 않았을 때 생기는 문제가 더 클 수도 있음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18) 처방의사와의 소통을 피하는 수동적 자세는 결국 환자에대한 의무를 다하지 못하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며, 그 책임 방기의 결과는 약사 자신도 모르게 중독자를 양산하는 데 일조하는 것이 될지도 모른다는 책임의식을 고취할 필요가 높아 보였다.중독을 일으킬 수 있는 약물의 처방 및 사용에 대한 적절한 견제는 약사가 할 수 있는 혹은 해야 하는, 사회가 부여한 전문가 책무의 중요한 부분이며, 직능 강화, 사회적 지지로 이어질 수 있는 활동이다. 그러므로, 약사가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일까에 대해 고민하며, 약사가 먼저 변하는 것이 현실의 어려움을 극복하는 해결책이 될 수 있다.17) 중재가 필요한 처방을 문제의식 없이,혹은 문제의식이 있으나 표현하지 않고 조제하는 약사가 있으니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것은 아닐지 성찰이 필요한 시점이다. 중재가 필요한 처방을 확인했을 때 모든 약사가 의사에게 일관성 있는 피드백을 하고, 환자에게 일관된 복약지도를 한다면 그 결과가 무엇일지 논의해 볼 시점이다.
일부 참여자들은 중독에 이른 환자는 소위 ‘의료 쇼핑’으로 필요한 의약품을 구할 수 있으므로 일부 약사들의 마중약국 활동으로 실질적인 효과를 거둘 수 있을 지에 대한 걱정을 제기 하였다. 모든 약국이 참여하거나 아니면 마약퇴치운동본부의 큰 사업들이 효과적이라는 인식과, 참여가 강제가 아니고 자율적이어서 활동에 만족한다는 인식은 다소 상반된 것이었다. 전문가로서의 의무감도 있고, 활동의 취지에 공감하지만, 내가 꼭 해야하는 것으로 강요 당하는 것에는 부담감을 느낀다는 방증이다. 많은 사람들이 서로 다른 생각을 가지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관건은 자율적이지만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참여하고싶은 전문가 활동으로 만들어 가는 전략이라 판단되었다.
본 연구에서는 연구참여자들이 약사인 특성상 마약류의 불법적 사용보다는 합법적 사용, 즉 의료용 사용에 대한 논의가 주로이루어졌다. 본 연구를 통해 약사들이 현장에서 느끼는 마약류의약품의 합법 사용으로 벌어지는 문제에 대한 경각심이 상당히 높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결국 의료용 마약에 의한 중독이 불법 마약 중독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약사의 예방 활동이 중요하다는 인식도 확인할 수 있었다. 또한, 일차적으로 약사가 복약지도 시 주의를 기울여야 할 부분은 마약 보다 향정신성 의약품인 것으로 확인되었다. 공권력의 대상인 불법 사용에비해 합법 사용인 의료용 마약류 사용이 오히려 사각지대로 남겨져 있는 것은 아닌지 시급한 점검이 필요하다. 특히, 비급여로처방되는 식욕억제제,19) 해외 상황과 다르게 관리 약물로 지정되지 못한 트라마돌 등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약물에 대한 사회적 경각심을 높일 필요가 있었다. 국내에서 의료용 마약류의 잘못된 사용에 대한 사회적 우려가 높아지면서 2018년 마약류통합관리시스템(NIMS)이 운영되기 시작했지만,20) 의료용 마약류사용 행태 개선에 미치는 효과는 미미한 것으로 보고되고 있으며,21) 2022년 마약류 이력 조회는 0.03%로 저조했다.22) 현재는<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에 환자의 의료용 마약류 사용 이력을 조회한 후 처방하도록 의무화하기에 이르렀다(제30조의 제2항, 2024년 6월 14일 시행). 해외에서는 보다 적극적으로 약사를활용(캐나다, 호주, 영국 등 유럽)하고 있거나, 활용해야 한다는주장(미국)이 제기되고 있다.10,12) 이에 따라 Opioid Use Disor-der 치료약 관리 및 처방, 의약사간 협업 프로그램 도입, 보건의료지속성 유지하는 역할11-13,15) 등을 논의하고 있는 것에 반해, 우리 사회는 누구에게 그 역할을 맡겨야 할 것인가 보건 인력의 활용에 대한 논의가 미진한 상황이다. NIMS가 현재 정보를 수집하는 일에 급급한 현실을 넘어,23) 수집된 정보를 분석하고 문제를 발굴하고, 이를 개선하는 시스템(opioid stewardship)으로 이어지도록 후속 제도가 마련되기를 기대한다.
본 연구의 결과를 해석함에 있어 다음과 같은 한계를 고려하여야 한다. 첫째, 코로나 기간이라 마중약국 활동이 위축될 수있는 상황에서 연구가 진행되어, 보다 풍부한 의견을 도출하지못했을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해외 사례를 보면 코로나 기간에약사 역할이 더 필요해진 경우도 있었으므로 코로나19로 인한사회적 거리두기만이 미온적 활동에 그친 사유는 아닐 것이다.둘째, 본 연구는 약사의 시각을 중점적으로 다루었음으로, 향후환자 본인들의 시각과 처방의사들의 시각에 대한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 셋째, 본 연구에서 제시한 마중약국 활동과 약사의 전문성 향상의 긍정적 연계 가능성은 제한된 사례에 기반한 것이므로 후속 연구를 통한 검증이 필요하다.
대구 마중약국 활동은 2023년 7월 확대되어 2024년 현재 총87곳이 참여하고 있다. 다른 지역에서의 관심도도 높아가고 있는 현 시점에서 본 연구를 통해 도출된 결과를 바탕으로 관련 활동의 안정적 정착과 확대를 위해 장단기 전략을 다음과 같이 제안하고자 한다.
첫 번째 단기 전략으로 마약류 의약품 환자에 대한 복약지도 가이드라인이 시급히 마련되어야 한다. 특히 상담 거부 환자와의의사소통 전략, 환자에게 전해야 하는 복약지도의 범위, 처방의사에 대한 문제제기의 전략과 범위 등을 포함하여야 할 것이다.
두 번째, 연수교육 등에 약사의 사회적 역할에 대해 보다 적극적 인식을 고취할 수 있는 교육프로그램을 도입하여야 한다. 건강한 사회를 위한 전문가간 상호 견제의 필요성, 자기주장적 소통, 환자중심서비스, 의료용 마약류 중독 방치의 후과 등이 교육내용으로 다루어져야 할 것이다.
세 번째, 마중약국 활동에 있어 이해당사자 간 연대감을 제고할 방안을 마련하여야 한다. 활동 약사 간 정기적으로 교류하며경험을 나눌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회복자와의 교류 또는 이를 대체할 수 있는 상담 사례집 발간 등으로 상담 관련 직간접 경험을 가질 기회를 제공할 필요가 크다.
중장기적으로는 첫째, 처방의사-약사-전문상담사 간 협업 프로그램 도입을 위한 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하다. 마중약국 활동약사가 처방의사에게 실 사례를 소개하고 마약류 중독 예방 방안을 토의할 수 있는 정기 만남의 기회가 좋은 시작이 될 수 있다.14) 아울러, 보건전문가 간 협업은 대학 교육과정에 통합 교과목을 운영하면서 그 토대를 닦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알려져 있다.24) 의약학 대학생일 때 함께 교육 받으며 생각을 교류했던 경험이 전문가가 된 이후에 협력하여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자질 함양에 도움이 되는 것이다.25,26)
두 번째는 개별 약국의 상담실 마련 등 상담 환경 개선을 위한 자구노력 및 사회적 지원 방안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현재 대부분 약국 내 상담 환경은 환자의 개인 정보가 노출되는 환경이어서 마약류 뿐만 아니라 다른 민감한 의약품에 대한 복약지도를 하기가 어려운 구조이다.27) 이런 가운데 마중약국을 표방하는경우 개인 상담이 가능하도록 환경개선을 지원함으로써 선한 영향력의 시작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코로나19 이후 기술력이 급속히 발전한 화상회의 시스템을 개별 복약지도에 활용하는 방안도 고려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세 번째, 의약품안전사용서비스(DUR), 마약류통합관리시스템(NIMS) 등 현존하는 여러 시스템을 활용한 활동 전략을 세울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DUR 또는 NIMS 에서 확인할 수 있는 정보(중복처방, 과량처방 등)를 보다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기록하여 자료를 축적하고, 축적된 자료를 분석하여 문제점 및 개선방안을 제시하여 사회적 경종을 울리는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마약류 의약품 중에서도 비급여로 처방되고 있는 의약품에 대한 관리 방안이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이는 마중약국 활동 약사의 역할을 넘어 관련 정부기관의 개입이 필요한 부분이다. 분류 기준 및 각 분류에 따른 관리 기준을 국제 표준에 부합하도록 정비하여, 이를 바탕으로 건강보험심사평가원 관련평가 기준을 확립하고 평가 결과를 반영한 규제적인 전략을 모색할 필요도 있을 것이다.
본 연구에 참여한 약사들은 의료용 마약에 의한 중독이 불법 마약 중독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약사의 예방 활동이 중요하다는 인식을 가지고 있었다. 본 연구는 약사에 의한 체계적예방 활동의 시작인 마중약국 활동이 의료용 향정신성의약품에 대한 복약지도에 보다 주의를 기울이는 등 전문성 향상으로 이어지는 긍정적 효과를 도출할 가능성을 확인하였다. 동시에, 많은 약사들이 처방의사와 환자가 변하지 않는 한 약사 역할은 제한적이라는 부정적 전망을 가지고 있음도 함께 확인할 수 있었다. 본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관련 활동의 안정적 정착과 확대를위해 장단기 전략을 제안하였다.
본 연구는 2023년 영남대학교 학술연구조성비의 지원을 받아수행되었다(grant no. 223A380052). 초기 분석결과에 대해 학술적, 실무적 조언을 주신 계명대학교 약학대학 김기석 교수님, 대구가톨릭대학교 약학대학 이승미 교수님, 대구마약퇴치운동본부 활동가 선생님들, 연구참여자들께 감사 드립니다.
저자들은 본 논문의 내용과 관련하여 그 어떠한 이해상충도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