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술발전과 인간욕구의 증가, 사회구조의 복잡성과 권력집단의 변동에 따라 새로운 직업이 생기고 없어지고 또 업무범위도 조정된다. 우리나라에서 약사직업의 대표직군인 지역약국 약사 업무는 약의 처방권과 조제권을 강제분리한 2000년의 의약분업을 기점으로 큰 변동이 있었다. 절차적 변화는 컸지만 약사의 기본 업무인 의약품 조제와 투약, 복약지도 같은 행위서비스가 이루어지는 약국의 내부 환경은 변화하지 않았다. 최근의 변화로는, 자동화기술 덕분에 수동으로 소분, 배합, 포장하던 조제 업무를 약자동포장기가 대신하면서 단순 반복적인 조제에 투입하던 약사의 노동시간이 줄었고, 미래에 대한 고민이 필요해졌다.
약국의 존재 이유는 국민이 필요로 하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며, 약국 방문 이유인 처방약 조제와 일반약 구매 중1,2) 조제서비스는 업무 중요성 측면과 투입 시간 측면에서 가장 중요하다. 실제 지역약국 약사들은 하루 일과 시간 중 50~74%를 조제 관련 업무에 할애한다.3,4) 조제 업무에는 단순 소분포장만이 아니라 환자 약력관리, 처방검토 및 조정, 조제감사 등이 포함되며 개인맞춤형 약물요법관리와 복약상담 또한 수반되는 일이어서, 자동화 흐름 속에서도 조제서비스는 계속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물론 약사서비스에 대한 국민의 만족도가 유지될 때 약사 직업의 미래지속가능성은 담보될 것이다. 문제는 만족도가 아주 높지는 않다는 것이다. 윤영미(2011)의 연구에서 소비자들의 약국서비스에 대한 기대수준과 경험수준은 보통 또는 보통 이하 수준이었고2), 김혜민(2022)의 연구 에서는 지역약국 서비스에 대한 만족도 가 평균 3.6점(5점 만점 기준)이고 응답자의 약 50%만이 만족하였다(만족 또는 매우 만족).5) 2022년 통계청의 사회조사 결과에서 의료서비스 만족도는 병원, 의원, 치과병의원, 한방병의원, 보건소, 약국 중 병원이 64.1%로 가장 높고 약국이 51.9%로 가장 낮았다.6)
약국에 대한 불만은 시민단체와 소비자로부터의 민원제기가 있어왔고, 특히 무자격자 조제와 비위생적인 조제 문제가 불거지면서 2013년에 행정안전부는 조제실 칸막이 일부를 투명화하여 약국 이용고객이 조제실 내부를 볼 수 있도록 하라고 권고했다.7) 조제실 관리를 보다 철저히 해서 무자격자 조제에 대한 소비자의 불안이 해소될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조제실 투명화는 이루어지지 않았고, 2019년에는 국민권익위원회가 약국 조제실 투명화를 또 한 번 권고하기에 이르렀다.8,9) 보건복지부와 대한약사회는 당장 의무적용보다는 가이드라인에 따른 자율적인 개선으로 방침을 정했다. 정부의 ‘조제실 투명화’ 권고는 지역약국 업무 공간 중 가장 중요한 조제실에서의 약사 행위에 대한 국민적 불신을 대변한다.
따라서 미래약사 직능변화 대비보다 더 중요한 것은 약사직무의 기본인 조제서비스를 원칙에 따라 충실히 제공하여 국민의 만족과 신뢰를 회복하는 일이다. 조제실 투명화 권고를 전격 수용해 불신을 종식시키거나, 근본적으로 약사에게 적용되는 제반 규범과 원칙을 철저히 준수하는 태도를 무장해야 할 것이다. 약사의 전문직업성은 사회적 요구에 따른 책무와 사명감 그리고 윤리적 태도를 기본으로 한다. 신뢰받는 약사로서의 직업관과 가치관은 약학대학 교육기간 중 형성되기에 교육의 역할이 크다.
따라서 본 연구는 미래약사인 약학대학 재학생들이 약국 조제실 투명화 쟁점과 연동하여 약사의 신뢰도와 직업윤리를 어떻게 인식하는지 조사해 보고자 수행되었다. 약대생 관점에서 지역약국 약사의 신뢰도와 이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에 대한 조사결과는 향후 약대생의 윤리교육과 리더십교육을 계획하고 실행하는 데 기초자료로 활용될 수 있을 것이다.
본 연구는 설문조사로 수행되었다. 조제실 투명화 쟁점과 약사의 신뢰도나 직업윤리 문제를 현실적으로 파악하여 정확한 설문지를 개발하기 위하여 지역약국 근무경험이 풍부한 약사 3인의 의견을 수렴하였다. 조사대상인 약대생들은 현장의 쟁점인 조제실 투명화가 익숙한 개념이 아닐 수 있음을 감안하여 문항 구성과 표현에 주의를 기울였다. 조사대상 목표집단인 약대 재학생 9명에게 파일럿조사를 실시하고 정부 정책과 설문조사 연구방법론에 익숙한 사회약학교수의 자문을 받은 후 설문문항의 내용과 형식의 적합성을 수정·보완하여 설문지를 최종 확정하였다.
설문지는 총 20개 문항으로 구성되었고 수집 정보의 특성에 따라 4개 parts로 나누었다. Part 1 (응답자의 특성, 7개 문항)에서는 응답자의 인구학적 특성(성별, 나이), 약대 재학 상태(학년, 소재지), 직업적 경험과 희망 진로(지역약국 실무실습 경험, 졸업 후 진로), 약국 직접 이용 경험(월 평균 지역약국 방문횟수) 등 조제실 투명화와 약사 신뢰성에 대한 인식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정보를 포함하였다. Part 2 (조제실 투명화 이슈에 대한 인식, 4개 문항)에서는 조제실 투명화 쟁점을 알고 있는지, 국민들의 조제실 투명화 요구에 동의하는지, 조제실 투명화를 요구하는 이유가 비약사의 조제 행위나 비위생적인 조제 문제 때문이라는 것에 동의하는지를 질문하였다. Part 3 (조제실 투명화 요구에 대한 근본적 문제 해결 방안, 4개 문항)에서는 조제실 투명화가 비약사 조제나 비위생적인 조제 문제를 해결할 최적의 방법이라고 생각하는지, 비약사 조제와 비위생적 조제 문제를 해결하는 데 가장 적절한 해결방안은 무엇인지를 질문 하였다. Part 4 (지역약국 약사에 대한 국민의 신뢰수준에 대한 인식, 5개 문항)에서는 조제실 투명화 요구가 약사에 대한 신뢰도와 관련성이 있는지, 현재 지역약국 약사에 대한 신뢰도는 어느 정도인지, 졸업 후 신뢰받는 약사가 되기 위해 전문성과 직업윤리 측면에서 지속적으로 노력하고자 하는 의지를 물었다.
모든 설문 문항은 폐쇄형 질문형식을 사용했고 1가지 응답만 선택하도록 하였다. 설문지 서두에는 본 설문조사의 목적과 조제실 투명화에 대한 설명 그리고 무기명 조사라는 것을 설명하여 참여자의 이해도를 높이고자 하였다.
조사대상자는 전국 약학대학 재학생으로 하여 2019년 7월 12일부터 7월 20일까지 편의표본 추출방식으로 모집하였다. 온라인으로 제작한 설문지의 URL 주소를 소셜 네트워크서비스 및 카카오톡 메신저 등을 통해 배포하였다. 설문조사 참여 자들이 입력한 응답결과는 자동 회수되었다. 본 연구는 책임 연구자의 소속기관 내 생명윤리위원회의 심의절차를 거쳤으며 설문조사 과정에서 개인정보보호법에 따른 개인을 특정할 만한 민감한 개인정보를 포함하지 않으므로 심의면제를 확인 받았다(IRB No. 201908-HR-057-01).
조사결과는 Microsoft Excel과 SPSS 프로그램을 이용하여 분석하였다. 범주형 자료는 빈도분석으로 응답자수(n)와 비율 (%)을 제시하고, 응답자 특성별 조제실 투명화 요구에 대한 동의 여부와 조제실 투명화 요구와 지역약국 약사의 신뢰도간 연관성에 대한 인식의 차이에 대해서는 카이제곱 검정을 실시 하여 유의수준 0.05로 통계적 유의성을 확인하였다.
설문조사 응답자는 총 208명으로, 성별은 남성과 여성이 각각 84명(40.4%)과 124명(59.6%)으로 여성이 조금 많았다. 연령은 25세 이하 96명(46.2%), 26세 이상 30세 이하 107명 (51.4%), 31세 이상 35세 이하 5명(2.4%)으로, 30세 이하가 대 부분이었다. 재학 중인 약학대학의 소재지는 수도권 175명 (84.1%)이고 비수도권 33명(15.9%)이었다. 재학 학년은 3학년 34명(16.3%), 4학년 93명(44.7%), 5학년 47명(22.6%), 6학년 34명(16.3%)이었다. 지역약국 실무실습 경험이 있는 학생이 39명(18.8%), 없는 학생이 169명(81.3%)으로, 없는 경우가 훨씬 많았고 이는 약국실무실습이 주로 5-6학년에 이루어지는 것과 관련될 것으로 보인다. 졸업 후 최우선 희망 진로 분야는 지역약국 81명(38.9%), 의료기관 55명(26.4%), 제약회사 36명 (17.3%), 연구직 17명(8.2%), 공직 12명(5.8%) 순이었다. 최근 1년간 월 평균 지역약국 방문횟수는 1회 이하 74명(35.5%), 2~3회 84명(40.4%), 4~5회 17명(8.2%), 6회 이상 33명(15.9%)으로, 3회 이하가 75.9%를 차지하였다(Table 1).
조제실 투명화 이슈를 알고 있는지에 대한 질문에서는, ‘모른다’는 응답(잘 모른다 67명(32.2%); 전혀 모른다 50명(24%))이 ‘알고 있다’는 응답(약간 알고 있다 79명(38%); 매우 잘 알고 있다 12명(5.8%))보다 많았다. 국민들의 조제실 투명화 요구에 찬성하는지에 대한 질문에는 ‘찬성’ 응답(약간 찬성 107명 (51.4%); 매우 찬성 32명(15.4%))이 ‘반대’ 응답(약간 반대 51명(24.5%); 매우 반대 18명(8.7%)보다 많았다. 조제실 투명화 요구의 근본적인 이유에 대한 인식에서는, 무자격자 즉, 비약사의 약 조제 때문이라는 것에 ‘동의한다’는 응답이 140명 (67.3%)(약간 동의 47.1%, 매우 동의 20.2%)으로 ‘동의하지 않는다’는 응답 68명(32.7%)(별로 동의하지 않는다 26.9%, 전혀 동의하지 않는다 5.8%)보다 많았고, 비위생적인 약 조제 때문이라는 것에는 ‘동의한다’는 응답이 149명(71.7%)(약간 동의 48.6%, 매우 동의 23.1%)으로 ‘동의하지 않는다’는 응답 59명(28.4%)(별로 동의하지 않는다 20.7%, 전혀 동의하지 않는다 7.7%)보다 많았다(Table 2).
조제실 투명화가 비약사 조제 문제를 해결하는 최적의 방법 인지를 묻는 질문에서는 ‘그렇지 않다’는 답변(143명, 68.8%)이 ‘그렇다’는 답변(65명, 31.3%)보다 많았다. 비약사 조제 문제를 해결할 가장 적절한 방법으로는 ‘정부 차원의 점검 및 위반시 행정 처분 강화’(86명, 41.3%)와 ‘약사회 차원의 점검 및 위반 시 자체 규제 강화’(61명, 29.3%), ‘비약사 조제원(테크니션) 허용 제도의 도입’(36명, 17.3%), ‘약사 개인 차원의 약사법 준수 노력 강화’(23명, 11.1%) 순이었다.
조제실 투명화가 비위생적인 약 조제 문제를 해결하는 데 최적의 방법인지에 대한 질문에는 ‘그렇다’는 긍정적 응답 (108명, 51.9%)과 ‘그렇지 않다’는 부정적 응답(100명, 48.1%)과 유사하였다. 비위생적인 약 조제 문제의 가장 적절한 해결 방안으로는 ‘정부 차원의 점검 및 규제 강화’(72명, 34.6%), ‘약사 개인 차원의 위생 유지 노력 강화’(67명, 32.2%), ‘약사회 차원의 점검 및 자체 규정 강화’(66명, 31.7%) 순이었다(Table 2).
조제실 투명화 요구가 지역약국 약사에 대한 낮은 신뢰도와 관련되는지에 대한 질문에서는 ‘관련성이 있다’는 응답(165명, 79.3%)이 ‘관련성이 없다’는 응답(43명, 20.6%)보다 약 4배 많았다(Table 3). 국민의 지역약국 약사에 대한 신뢰도(최저 1점, 최고 10점)는 7점(60명, 28.8%)이 가장 많았고 6점(41명, 19.7%), 5점(34명, 16.3%), 4점(31명, 14.9%), 8점(22명, 10.6%) 순이었으며, 평균치는 5.84점(표준편차 1.56), 중앙값은 6점이었다(Fig. 1).
전문성과 직업윤리가 약사의 신뢰도에 기여하는 비중은 ‘50%:50%’이라는 응답자가 66명(31.7%)이고, 전문성 비중이 직업윤리보다 더 높다는 응답은 104명(50%), 직업윤리 비중이 전문성보다 더 높다는 응답은 38명(18.3%)으로, 약사 신뢰도에 전문성이 더 중요하다는 인식이 많았다(Fig. 2). 한편, 졸업 후 신뢰받는 약사가 되기 위하여 전문성과 직업윤리 측면에서 지속적인 노력을 기울일 자신감을 묻는 질문에서는 ‘자신감 있다’는 응답이 204명(98.1%)으로 지배적이었지만 ‘자신감 없다’는 응답도 비록 소수지만 1.9% 있었다(Table 3).
조제실 투명화 요구에 대한 동의는 응답자의 성별이나 나이, 학년), 졸업 후 희망 진로, 월 평균 약국 방문횟수에 따른 차이는 없었지만, 재학 중인 학교의 소재지와 지역약국 실습 경험에 따라 차이가 있었다. 비수도권보다 수도권 학교 학생의 찬성 비율이 유의하게 높았고(
한편 조제실 투명화가 비약사 조제 문제나 비위생적 조제 문제를 해결하는데 최적의 방법이라고 동의한 학생은 동의하지 않은 학생보다 조제실 투명화를 긍정적으로 인식하였다 (
본 연구에 참여한 약대생들은 조사 이전에 조제실 투명화 쟁점 자체를 모르는 경우가 절반 정도였지만(56.2%) 국민의 조제실 투명화 요구에 찬성하는 비율은 66.8%였다. 이는 약사 직업의 현장 감각이 없는 학생 신분에서는 일반국민의 관점에 더 가까운 특성을 보이는데, 지역약국 실습 경험이 없는 학생 보다 실습 경험이 있는 학생들이 조제실 투명화 요구에 반대한 비율이 통계적으로 유의하게 높은 결과로 확인되었다. 이는 지역약국 실무실습이라는 현장 경험을 통해, 조제실 투명화라는 사안이 기대하는 이상과 현실적인 수용가능성 간의 거리감, 그리고 투명화에 따른 장점과 단점을 보다 더 현실적으로 이해하고 있기 때문일 것으로 해석된다. 조제실 투명화 요구는 무자격자 조제와 비위생적 조제에 원인이 있다고 보는 의견이 많았다. 그러나 조제실 투명화가 비약사 조제 문제 해결의 최적의 방법은 아니라는 의견이 많았고(68.8%), 비위생적인 약 조제 문제 해결의 최적의 방법인지에 대해서는 절반 정도만 동의했다(51.9%). 약대생들은 조제실 투명화로 이들 문제가 근본적으로 해결될 것이라고 보지는 않았다. 오히려 이들을 해결하려면 정부의 규제 강화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많았는데, 이는 비약사 조제 문제는 약국 조제실의 투명화 조치 보다는 현행 약사법을 통해 위법 행위를 철저히 단속하고 사후관리를 하는 정부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대한약사회의 공식 입장과도 일치한다.
약대생들은 조제실 투명화가 약사에 대한 낮은 신뢰도와 연관된다고 보았고, 국민들의 약사에 대한 신뢰점수를 평균 5.84점(10점 만점 기준)으로 추정했다. 이는 선행연구들과 비 교할 때 다소 낮은 점수다. 이혜진(2021)10)의 연구에서는 소비자들의 약사 신뢰도가 10점 만점 기준으로 7.36점으로 조사되었고, 윤성원(2021) 등11) 연구에서는 10점 만점 기준으로 7.16 점이었다. 실제 국민에게 직접 측정한 신뢰도 점수보다 본 연구에 참여한 약대생들의 점수가 더 낮게 나타난 것이다. 사회 적 평판은 직업에 대한 신뢰도와 정체성의 선행 변인으로서, 평판이 좋지 않으면 직업에 헌신하는 마음과 사명감, 자부심이 저하된다고 한다.12) 따라서 약대생들이 약사의 신뢰도를 낮게 평가한 결과는 자신의 미래직업인 약사의 직업적 정체성 이나 약사 조직에 대한 일체감에 좋지 않은 영향을 줄 수도 있다. 또 다른 관점에서 신뢰라는 것은, 의료제공자와 환자간 관계를 정의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이고, 약사-환자간 좋은 관계에 기반한 신뢰는 약물치료효과를 달성하고 환자의 삶의 질 향상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13,14) 따라서 지역약국 약사들은 환자들과 상호 교감할 수 있는 약국 환경을 조성하고 조제업무의 질 관리를 통해 신뢰도를 높임으로써 약사 직업에 대한 올바른 인식과 자부심을 가질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약사의 신뢰도를 구성하는 전문성과 직업윤리의 중요성을 동등하게 인식하는 응답자 비율은 31.7%이고 전문성 비중을 더 높게 인식한 비율이 50.0%, 직업윤리 비중을 더 높게 인식한 비율이 18.3% 이었다. 전문지식은 전문가를 규정하는 기본 요소이고 전문가의 신뢰도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변수이지만, 법과 규정의 준수와 윤리성, 도덕성 변수 역시 신뢰도에 유의한 영향을 미친다.15) 전문직의 권위와 신뢰는 직업윤리에 입각한 사회적 책임을 성실히 이행할 때 가능해진다.16) 자신의 직무를 책임감 있게 수행하는 데 필요한 의식, 태도, 행위 등이 포함된 직업윤리는 한 개인의 성장과정에서 주변환경 속에서 배워 나가지만 성인이 된 후 사회에서 교육을 통해서도 개발된다.17-19) 따라서 미래약사인 약대생들에게는 약학 전문지식 습득 못지않게 올바른 직업관 형성도 중요하기 때문에 좋은 약사로 성장할 수 있도록 교육계의 관심과 노력도 필요하다.
2019년 국민권익위원회의 조제실 투명화 권고는 보건복지부가 약국 및 의료기관 약제업무 관리지침에서 조제실 구조가 환자 또는 환자보호자가 약사와 교감하는데 장애요소가 없도록 하는 수준으로 일단락되었지만, 앞으로 무자격자 조제나 비위생적인 조제 문제가 개선되는 것을 국민이 체감하지 못한다면 언제든지 재쟁점화될 것이다. 약사 사회가 이의 근본원 인을 제거하고 약사신뢰도 회복을 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 이유다. 약대생들도 약사 사회 현안들에 대해 관심을 갖고 비판적 시각으로 직업적 정체성을 바로 세워 나가야 한다. 지금까지 의대생과 간호대생을 대상으로 다양한 사회이슈들 (양한방 협진, 태움, 낙태와 연명치료중단 등)이나 직업윤리에 대한 인식을 조사한 연구들이 수행된 적은 있지만20-24) 약대생 대상 연구는 부족했다. 본 연구는 전국 약대생들에게 약업계 쟁점에 대한 관심을 유도하고 해결방안을 고민하는 기회를 제공 하고 약사의 신뢰도와 직업윤리의 중요성을 재인식하게 한 연구로서 의미가 있다.
본 연구의 제한점으로는, 첫째, 국내 약대생들을 대상으로 조사했지만 대상자를 편의표본 추출방식으로 모집했기 때문에 표본의 대표성이 부족하여 약대생 전체의 인식으로 일반화 하기에는 적절하지 않다. 특히 응답자의 84.1%가 수도권 약대의 재학생들이고, 과반 이상이 약국 실무실습 경험이 없는 3,4 학년로 응답자들이 지역약국의 조제실 투명화 쟁점을 임상현장 상황과 연관지어 응답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을 것이다. 둘째, 약대생들의 지역약국 약사에 대한 국민 신뢰도 점수 평가 결과가 선행연구들보다 낮았는데 이는 본 연구의 설문지에서 약사의 신뢰도를 묻는 문항이 조제실 투명화 요구와 지역약국 약사의 ‘낮은’ 신뢰도간 연관성을 묻는 문항 바로 다음에 배치 된 것과 연관되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거나, 또는 약대생 입장에서 일반인보다 약사에 대한 기대치가 높았을 수 있다. 마지막으로, 전문성과 직업윤리 측면에서 약사 신뢰를 위해 지속적인 노력을 기울일 자신이 있는지를 묻는 문항에서 거의 모든 학생(98.1%)이 그러겠다고 답변하였는데 이는 사회적 통념에 따라 바람직하다고 생각하는 답변을 선택했을 가능성도 있고 아직 현실적 장벽을 경험하지 못한 학생 입장에서 바람직한 방향의 의지를 표현한 것일 수 있다. 따라서 응답결과만으로 약대생들이 미래에 약사가 된 후에 매우 높은 전문성과 직업윤리를 실현할 것으로 예측하거나 기대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으며, 향후 실제 약대생들의 전문직업성 수준을 직접 측정하는 연구를 통해 정확히 진단해 볼 필요가 있다.
이러한 제한점에도 불구하고, 미래약사인 약대생들이 약사에게 가장 기본적인 조제 업무가 수행되는 지역약국의 조제실 투명화라는 현실적 쟁점을 통해 직업윤리와 약사의 신뢰도를 중요하게 인식하면서 앞으로 어떤 자세를 갖추어야 할지 점검하고 다짐해 본 기회가 되었을 것이다.
시대변화에 따라 약사의 직능이 확장되고는 있지만, 여전히 약사에게 조제는 가장 중요하고 기본적인 서비스이고 업무량도 가장 많기 때문에 국민이 인식하는 약사의 가장 중요한 역 할도 조제업무이다. 이는 곧 소비자인 국민에게 약사의 조제 과정은 중요한 관심사이고 만일 만족스럽지 못하다면 즉각 불만이 터져 나올 수 있다는 것이다. 미래약사인 약대생들은 지 역약국 조제실 투명화가 사회적 쟁점이 된 근본적인 원인이 약사의 낮은 신뢰도와 관련 있다고 진단하고, 전문성과 직업 윤리가 신뢰도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는 것도 잘 간파하고 있었다. 국민으로부터 약사의 신뢰를 회복해 나가기 위해서는 무자격자 조제나 비위생적인 조제 같은 불법적이고 비윤리적인 행위를 하지 않는 윤리 의식을 강화해야 하기 때문에, 약학 대학과 약사회는 보다 적극적인 약사윤리 교육을 시행해야 하겠다.
저자들은 본 논문의 내용과 관련하여 그 어떠한 이해상충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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