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8년 World Health Organization (WHO)는 지속가능(sustainable development)한 보편적 보건의료체계(universal health coverage)를 위해 일차의료를 강화할 필요성이 있음을선언하였다.1) 이에 발맞추어 세계약사연맹(International Pharmaceutical Federation, FIP)은 일차의료의 한 축인 지역약사 역할에 대한 미래(2020-2025년) 비전을 마련하여 제시하였다.2) 해당 문건에서 FIP는 2019년말 시작된 코로나19가 지역약사 역할 변화의 필요성과 사회적 요구를 급속히 높이고있다고 진단하였다.2)
세계는 여전히 코로나19 팬더믹의 강을 건너는 중이다. 아직보건의료체계 및 보건 직능에 미치고 있는 코로나19의 영향이체계적으로 정리되지 못하고 있지만 이를 가늠할 수 있는 현상은 도처에서 발견할 수 있다. 가장 직접적으로 느껴지는 현상은 보건의료서비스에 대한 접근성 제한이다. 코로나 환자치료에 동원된 의료기관에서는 원래 제공하던 서비스가 지연되거나 중단되었다.3,4) 여러 국가에서 관찰된 보건의료서비스이용량 감소는 감염 위험에 대한 우려가 환자들로 하여금 의료기관 방문을 자의 또는 타의로 어렵게 한 결과로 판단할 수있다.5-9) 팬더믹 기간이 길어지자 보건의료 종사자들의 질병감염, 피로도가 상승했으며,10-12) 이는 보건의료서비스 접근성을 더욱 낮추는 악순환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또한 팬더믹기간 중 수요가 치솟거나 수급이 불안정한 마스크, 손소독제,가정상비약품 등의 부족이 발생하고 있다.13-15)
지역약사는 사람들이 크고 작은 건강 상의 문제가 발생했을때 가장 먼저, 손쉽게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 전문가이다. 국제사회에서는 지역약사를 코로나19 팬더믹과 같은 위기 상황이도래했을 때, 보건의료서비스에 대한 접근이 어려워진 환자들의 근접 거리에서 전문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보건의료전문가로 평가하고 있다.16,17) 국내에서는 공적마스크 공급 시 활약이 가장 많이 알려졌다.18) 공공심야약국을 운영하고 있는약사들은 ‘코로나19 환경에서 응급실 방문을 부담스러워 하는환자’에게 실질적 도움이 되었던 경험을 피력하기도 했지만,19)그 외 알려진 것이 많지 않다. 국내에서 관련 연구는 찾기 어려운 실정이며, 해외에서도 현황, 과거 경험과 전망이 뒤섞인 의견과 주장이 넘치는 불확실성이 큰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이에 본 연구는 첫째, 코로나19 팬더믹이 지역약사 서비스에 어떤 영향을 미쳤나를 살펴봄으로써 감염병 위기 시대가 요구하는약사의 사회적 역할을 조망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였다. 둘째, 단순한 의견과 주장에 머무르지 않기 위해 코로나19 팬더믹 기간 중제공된 지역약사 서비스에 대한 평가를 살펴보고자 하였다.
본 연구는 주제범위 문헌고찰(scoping review)을 실시하였다. 주제범위 문헌고찰은 논의를 개시하고 엄밀한 일차 연구가 존재하지 않는 분야에서 연구의 범위를 정하고 연구 공백(research gaps)을 발굴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연구에 적합한 문헌고찰 기법이다.20) 본 연구의 결과는 주제범위 문헌고찰 가이드라인인 PRISMA Extension for Scoping Reviews (PRISMA-ScR)에 따라 보고하였다.20) 주제범위 문헌고찰은선행연구를 체계적 문헌 고찰 방법을 활용하여 체계적으로 선정하고 결과를 합성하는 과정은 유사하나, 개별 논문에 대한질 평가가 적합치 않은 경우 이를 포함하지 않을 수 있다. 본연구의 고찰 대상으로 선정된 논문들은 강건한 연구설계를 대상으로 개발된 질 평가의 기준을 적용하기 어려운 상황으로판단되어 개별 논문에 대한 질 평가는 실시하지 않았다.
본 연구는 국내 상황에 다소라도 근접한 국가의 지역약사서비스로 고찰의 대상을 제한하기 위해 OECD회원국에서의지역약사 서비스 연구를 포함 대상으로 설정하였다. OECD회원국에서 2020년부터 2022년 1월까지 코로나19 팬더믹 시기에 제공된 지역약사 서비스를 주제로 하여 수행된 연구 논문을 포함하였다. 다만, 종설, 저자 의견만으로 이루어진 글(commentary, editorial, perspective opinion 등), 학술대회 초록은 제외하였다. 연구주제가 약국 종사원의 감염 예방 안전을 위한 조치에 국한된 연구도 제외하였다. 영어, 한국어로 출판된 논문을 포함하였으나 한국어로 출판된 논문은 찾을 수없었다.
PUBMED, EMBASE, 한국학술지인용색인에서 2022년 1월10일까지 출간된 논문을 검색하였다. 핵심 단어는 “COVID-19,” “community pharmacy,” “community pharmacist”였다.가능한 많은 관련 논문을 찾기 위해 추가적인 제약 조건은 적용하지 않았다. 또한, 검색된 논문 중 종설 및 논평 등(commentary, editorial, perspective opinion 등 포함)의 참고문헌에 대해 수작업 검색(hand-search)을 실시하여 포함 기준에부합하는 논문을 포함하였다.
대상 연구를 검색한 세 개의 데이터베이스 및 수작업 검색을 통해 176개의 문헌을 확인하였다(Fig. 1). 국내 출판 논문을찾기 위해 검색한 한국학술지인용색인에서는 관련 논문이 확인되지 않았다. 제외 기준에 해당되는 연구를 배제한 후 최종적으로 27개 연구가 분석대상으로 포함되었다. 포함 논문에대해 저자 정보, 출판 년도, 국가, 연구목적, 연구 설계, 연구대상 및 규모, 연구결과지표, 양적 및 질적 연구결과, 연구비 지원기관 등의 정보를 추출하여 엑셀에 정리하였다.
추출된 자료 중 연구결과에 대해 정성적 합성을 실시하였다.각 연구에서 연구대상이 된 지역약사 서비스는 내용 측면과전달 방법 측면으로 구분하였다. 지역약사 서비스 평가 결과는 환자 및 보호자의 시각과 약사 및 약국종사자의 시각으로구분하여 분석을 실시 하였다.
Fig. 1은 최종 분석에 포함된 27개 연구 논문의 선정과정을도식화한 것이다.21-47) 포함 연구의 기본적인 특징에 대해 요약한 정보를 Table 1에 제시하였다. 포함 연구 기본 정보 상세사항은 부록에 수록하였다.
지역별로는 유럽에서 이루어진 연구가 15개(9개국)로 과반을 넘었다. 이 중 스페인에서 이루어진 연구가 4개로 가장 많았고, 다음으로 스위스, 영국, 이탈리아가 각 2개였다. 유럽에이어 북아메리카 6개, 아시아 4개의 순이었다. 연구가 수행된시기는 대부분 2020년으로 코로나19 팬더믹 첫 해이며, 2개 연구는 2021년 상반기에 이루어진 것이었다.26,36)
포함된 논문 대부분이 기술(記述)적 단면 연구로 간주할 수있는 연구설계방법으로 수행되었다. 절반에 이르는 13개(48.1%)논문은 설문조사를 실시하였다. 질적 연구 3개, 서베이와 질적연구를 함께 실시한 연구가 2개29,43)였다. 코로나 19 발생 전후로 자료를 수집하여 비교한 연구가 2개 있었다.23,30) 나머지 중3개의 연구는 미스터리 쇼퍼(mystery shopper) 기법,24) 단면연구,46) 경제성 평가47) 등이었다. 4개는 코로나 의심환자 회송업무 알고리즘,21) 원격 아편계약물 중독치료 프로그램 참여,25)마스크 실명 분배 시스템,33) 코로나19 백신 예약시스템34) 등새로운 서비스가 어떻게 구축되어 시행되고 있는지 소개하고있다. 신규 서비스 시스템을 소개하는 상기 4개 연구 외 23개연구의 참여자는 약사(약국 근무자 포함)인 경우가 15개(55.6%)로 가장 많았고 환자 또는 보호자인 경우가 8개(29.6%)였다.
연구 주제를 지역약국에서 제공하는 서비스의 내용 별로 구분할 수 있었던 경우가 22개(81.5%), 서비스 전달 방법 별로구분할 수 있었던 경우가 12개(44.4%)였다. 서비스 내용으로분류할 경우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인한 서비스 변화 현황에대해 다룬 연구가 12개로 가장 많았고 이는 다시 코로나19 초반 상황(early COVID 6개)과 어느 정도 대응 체계가 갖추어진이후 상황으로 나눌 수 있었다. 다음 아편계약물 중독치료,25,26)치매환자,32) HIV질환자,38) 소아,44) 등 약물 사용 취약계층에 대한 서비스를 다룬 연구가 5개로 많았다. 코로나19 백신접종또는 진단 검사를 다룬 연구가 3개,34,40,42) 기타 다른 진단 검사 서비스의 변화 경향을 다룬 연구,30) 약사 처방을 다룬 연구46)가 각 1건씩 포함되었다. 서비스 전달 방법에 따라 분류한 경우 가정으로 약품 전달 서비스(home delivery)를 제공, 원격 돌봄 서비스(remote care)를 제공한 경우가 각 6개로 가장 많았다. 4개는 보건의료전문가 간 서비스 협력을 통한 서비스 제공에 대한 연구였다.25,38,41,47)
Table 2는 포함 연구 27개 중 서비스 결과를 조사하여 제시한 연구 23개에 대하여 해당 내용을 정리한 것이다. 서비스 결과 지표는 연구대상이 환자 또는 보호자인 경우 만족도(5건)와환자 의견(6건)이었다. 연구기간 중 약국방문수, 전화상담수,처방약 리필횟수 등 객관적 자료를 측정하여 제시한 연구가 1건 있었다.23)
코로나 팬더믹 기간 중 지역약국 약사가 제공한 서비스에대한 환자만족도는 매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환자만족도는이탈리아에서 서비스 전반에 대한 만족도 70%, 가정으로 약품 전달 서비스에 대해 61~70%,22) 스페인에서 실시된 병원약국-지역약국 협력 서비스에 대하여는 98%,38,41) 미국에서 제공된 코로나19 검사 서비스는 99%,40) 스위스에서는 코로나19 백신 예방접종에 대해 99%42) 등으로 높게 보고되고 있다.
연구에 참여한 환자들은 지역약사가 제공하는 정보의 유용성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며 이를 확대할 것을 기대하였다.22,40,42)격리가 상당기간 엄격히 지속되었던 이탈리아에서는 온라인 상담, 가정으로 약품 전달 서비스 등 지역약국에서 제공하는서비스의 확대 필요성을 제기하였다.22) 엄격한 격리가 적용된뉴질랜드에서도 의료기관으로부터 전자 처방을 받아 가정으로 약품을 전달하는 비대면 서비스가 팬더믹 상황 종료 후에도 유지되기를 희망하였다.29)
근접 거리에 있는 지역약국이 접근성 높고 및 환자 요구에 대한 반응성이 좋은 점이 긍정적 요인으로 거론되었으며,38,40,42)감염 위험이 낮아 안심이 된다는 의견도 있었다.29,38) 환자 등이 제기한 개선이 필요한 부분은 의사와 협업 강화,22) 기관간협력 강화,38) 환자 돌봄 기술 향상 필요,22) 사생활 보호에 취약한 환경,38) 예약시스템 개선,42) 등이 있었다. 비대면 서비스의경우 시스템에 문제가 발생한 경우에 대한 우려도 존재하였다.29)
연구대상이 약사 또는 약국종사자인 모든 연구는 COVID-19 전후 제공한 서비스의 변화를 결과 지표로 하여 수행되었다. 대부분은 연구참여자의 진술 또는 의견을 바탕으로 결과를 도출하였다. 이 중 3건은 평균상담시간,24) 진단검사 기관등록 지역약국 수(the number of community pharmacies with CLIA-Waivers),30) 약사 처방 수46) 등 객관적 지표를 포함하였다. 그 외 병원약국-지역약국 간 협력 서비스에 대한 경제성평가를 실시한 연구가 1건 있었다.47)
코로나19 팬더믹이 보건의료서비스에 가져 온 1차적 변화는보건의료전문가 간 교류 감소,31) 환자의 방문 감소로 인한 대면 서비스(예: 상담, 교육 등) 감소였다.28,31) (의약품 조제를 제외하면) 대면으로 이루어지던 서비스가 줄어들거나 중단되었으며,28,32) 연구에 참여한 약국종사자들은 이러한 상호작용의축소로 발생하는 코로나19 또는 의약품 관련 오정보에 대해우려를 나타내었다.37) 또한, 대면 상호작용 축소에 민감한 영향을 받을 수 있는 인구 집단인 노인, 건강정보 비문해자, 지속적 관리가 필요한 질환자(예: 치매) 등에 대한 우려를 나타냈다.31,32)
지역약사 서비스 변화 중 가장 직접적인 것은 코로나19 전염병 확산 저지를 위한 서비스에 대한 요구의 증가와 그에 따라 서비스 시행도 증가한 것이다. 정보 전달을 서면, 전화, 온라인 등 비대면으로 실시한 경우가 증가하였으며,27,28,31,35-37,39,45)상담시간 및 상담 내용의 포괄성을 평가한 한 연구는 약사가유용한 정보제공자임을 보고하였다.24) 약사의 환자 대상 전염병 예방 교육은 더욱 확대되어야 할 서비스로 판단하였다.36)코로나 증상을 식별하여 잠재적 환자를 적절히 의뢰하는 서비스 제공도 증가하였다.39)
앞서 언급한 비대면 정보 전달 외에도 다양한 비대면 서비스 제공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가정으로 약품을 전달하는 서비스,27,31,37,43) 가정에서 혈압을 측정하게 한 후 이를 모니터링하는 등의 가정 돌봄 서비스37,43)를 제공한 사례가 있었다. 특히, 독거인에게 매일 전화 상담을 실시37)하는 사례는 증가 비율이 높지는 않았지만 상담 필요성에서 우선순위가 있는인구 집단에 중점을 두고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례로 주목할가치가 있어 보인다.
세번째 변화는 급작스러운 팬더믹 위기에 타 의료기관이 다른 질환자에 대해 기존에 제공하던 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하는동안 약사가 보다 적극적인 역할을 하도록 요구 받는 것이다.만성질환자 관리에 개입해야 할 필요성을 높게 인식하였고 관련 서비스 제공도 증가하였다.37,39,43) 가벼운 질환을 관리하기 위한 상담 또는 비처방의약품 사용이 증가하였고,28,37) 처방 수정 및 리필 서비스가 증가28)한 것은 물론, 의사 처방전 없이 처방의약품을 제공해 줄 것을 요구 받는 사례도 증가하였다.37) 폴란드에서는 법규를 수정하여 약사 처방을 허용하면서약사 처방이 2020년 4월 6.2%에서 9월 21%까지 상승하다 10월에 15%로 하강한 것이 관찰되었다.46) 코로나19 이전 2015-2019 4년간 17.9%에서 21.4%로 완만히 증가하던 진단검사기관 등록 지역약국수가 2019-2020 1년간 21.4%에서 27.6%로크게 증가하였다.30) 캐나다 온타리오주 지역약국을 대상으로한 연구에 의하면 코로나19 팬더믹 상황에서 지역약국의 naloxone제공서비스(캐나다, 미국의 경우 지역약국에서 아편계 마약중독을 역전하는 naloxone kit를 의사처방없이 제공하고 있으며 지역약사가 사용법에 대한 환자 교육을 담당함)가 과반 이상의 약국에서는 변화 없음을, 22.9%의 약국에서는 증가, 24.7%의 약국에서는 감소했다고 응답하였다.26)
상기와 같이 적극적으로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지역약사들은 전문가로서의 자긍심을 느낄 수 있었음을 밝혔다.37) 이들은 또한 향후 팬더믹 상황이 반복된다면 예약시스템 구축,27)팬더믹 대비 인력 활용 전략 수립,28) 원격 서비스 기술 활용 역량 향상,28) 타 보건의료인과의 협력 강화22) 등의 대비가 필요함을 제안하였다.
본 연구는 27개 포함 연구를 분석한 결과, 코로나19 팬더믹이 가져온 지역약사 서비스의 변화를 4개의 큰 범주로 분류할수 있었다. 첫째, 코로나19 팬더믹으로 인해 대면이 어려운 상황이 발생함에 따라 이에 대응하기 위한 다양한 지역약사의비대면 서비스가 시도되고 있었다. 둘째, 지역약사는 코로나19 확산 저지를 위한 서비스, 즉 감염 예방/대처 정보 제공, 의심환자 의뢰, 진단검사, 예방접종, 관련 의약품 관리 및 공급 등에 직접 참여하고 있었다. 셋째, 코로나19 대응에 보건의료자원이 집중되면서 결과적으로 상대적 의료공백기를 겪을 수 있는 타질환자의 서비스 요구에 부응하여 이들에 대한 지역약사 서비스가 지속될 수 있도록 노력을 기울이고 있었다. 넷째, 팬더믹 상황이 장기화되면서 사회경제적으로 커져가는 건강불평등에 대한 우려와 이에 대응하는 지역약사 서비스가 출현하고 있었다. 환자들은 상기 지역약사 서비스에 대해 높은 요구와 만족을 나타내었으며, 서비스를 실제 수행한 약사들의 전문가로서의 효능감과 자긍심이 고취되는 것을 관찰할 수 있었다. 다만, 급작스러운 변화로 미리 준비되지 못한 타 전문가 또는 기관과의 협업, 환자 돌봄 기술, 사생활 보호 등의 취약 부분에 대한 환자들의 우려와 개선요구에도 유의하여야 할 것이다.
본 연구는 감염성 질환의 특성 상 코로나19 기간 중 대면 접촉이 어려워지면서 비대면 서비스가 환자들의 호응 속에 확대되고 있음을 확인하였다. 많은 전문가들이 비대면 서비스의확대를 세계적 추세로 주장하고 있다.17,48,49) 본 연구에 포함된 지역약국 비대면 서비스는 온라인 및 전화상담 등의 방식을 이용한 정보 전달, 가정으로 약품 전달, 원격 돌봄-약물 사용에 대한 환자 자기진단보고서(self-report of drug use) 또는 원격 상담을 통한 약물 사용 모니터링, 전자처방전 접수 등이다.대면 접촉이 어려워진 상황은 순수 비대면 서비스 외에 2가지변화의 필요성을 추가로 제기하였다. 그 하나는 체계적 지역약국 서비스 제공을 위해서는 예약시스템이 필요하다는 것이었으며,42,49) 다른 하나는 환자의 가정에 근접한 지역약국에서조제약을 받을 수 있도록 하거나, 빈틈없는 원격 돌봄을 완성하기 위한 팀활동을 위해서는 직능 간 협업은 물론이고 병원약국-지역약국 협업과 같은 기관 간 협업이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팬더믹 이전 비대면 서비스에 대한 연구들에 따르면 비대면약사서비스는 만성질환관리에 긍정적 효과가 있다고 보고 되었다.50,51) 다만, 비록 약사서비스에 한정된 건 아니었지만 비대면 서비스의 경제성은 팬더믹 이전 상황에서는 증명되지 못했다.52) 국내에서도 코로나19 팬더믹 환경이 지속되면서 일시적으로 비대면 약사서비스가 출현하였으며 현재 큰 논란에 휩싸여 있다.53,54) 논란의 중심에 있는 ‘배달 전문 약국’, ‘공장형조제전문약국’ 등은 복약상담을 어떻게 진행할 것인가에 대한고민없이 의약품을 비대면으로 전달할 뿐이어서 환자의 올바른 의약품 사용을 돕고 의약품 사용 결과 평가를 요체로 하는약사 직능의 본질을 간과하고 있어 우려가 크다.
비대면 서비스가 정해진 미래라면 우선 순위가 높은 서비스가 무엇인지, 그 준비를 위해 당장 고민해야 할 것은 무엇인지,고민의 주체와 범위는 어디까지인지 등에 대한 사회적 논의를당장 시작해야 한다. 사회적 논의의 범위에는 보건의료전문가들이 수용성 확보, 보상 기전 확립, 전체 보건의료체계의 재정립 등이 포함되어야 할 것이다.55) 국내 상황에서는 쏠림 현상방지를 위한 대비책도 함께 마련할 필요가 있는데, 쏠림 현상은 필연적으로 서비스 질 저하를 동반할 것이 우려되기 때문이다.
팬더믹 기간 동안 각 국의 지역약사는 코로나19 전염예방수칙 정보 제공, 코로나19 의심 환자 의뢰 서비스, 방역용품(마스크, 손소독제 등) 공급, 코로나19 진단검사, 코로나19 백신 접종,코로나19 치료제 조제 및 상담 등 코로나19 확산을 저지하기위한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국내 지역약국에서도 코로나19 전염예방수칙 정보 제공, 방역용품 공급, 코로나19 치료제 조제 및 상담 등에 적극적으로참여했으나 진단검사, 백신접종 등으로 확대되기에는 어려움이 있다. 코로나19 진단검사, 백신접종 등은 직능 간 역할에 대한 사회적 합의, 법률 정비, 이를 반영한 교육 체계 정비의 선행없이 실행이 불가능하다. 만약 의사 인력 부족이 문제된 경우가 있다면 이러한 상황에서 제한적으로 활용하는 것은 논의를시급히 시작할 필요가 있다.56)
본 연구를 통해 관찰된 세 번째 현상은 갑작스러운 감염병에 대한 사회 보건 자원 쏠림이 생긴 결과 이전까지 돌봄의 주대상자였던 만성질환자 등이 상대적 의료공백기를 겪을 수 있고, 지역약사는 이들 만성질환자 등에 대한 돌봄 지속에 일조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16,57) 코로나19에 보건 자원이 쏠린 현실에서는 만성질환자뿐 아니라 경증질환자에 대한 서비스도약사가 서비스 제공에 적극성을 띄어야 할 분야로 나타났다.지역약사들은 병의원 방문이 어려워진 환자들이 필요로 하는정보의 제공자로서 이들에게 건강 상담 등을 제공하였다. 필수 의약품의 수급이 불안정 할 때 이를 관리하거나 약물관리서비스를 제공하는 등의 전통적 서비스뿐 아니라, 처방의약품부족 시 처방전 리필서비스, 약사 처방서비스 제공 등의 보다적극적 역할을 맡기도 하였다.
지역약사는 전 단락에서 언급한 일시적 의료공백기를 겪는환자에 대한 서비스 제공에서 더 나아가 팬더믹이 장기화되면서 일부 사회적 취약계층에게 심화되고 있는 건강불평등58) 해소에 적절한 역할을 할 가능성을 엿볼 수 있었다. 본 연구 분석대상 연구에 포함된 사례로는 독거 환자, 치매, AIDS, 마약중독자 등에 집중한 서비스 제공이 있었다. 본 연구에는 미포함되었으나 지역약사가 만성질환을 앓고 있는 노인,59,60) 암환자,61,62) 임종 환자63) 등에 대해 서비스를 제공하였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상기 본 연구의 결과는 유례없이 광범위한 인류에게 영향을 미치고 있는 코로나19가 그간 저평가되고 사회적 활용도가 만족스럽지 못했던 전문가 그룹, 즉 준전문가로 간주되던 약사에게 전문가로서의 직능 대전환의 기회를 부여하고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 팬더믹이 가져온 새로운 환경에서 환자, 즉 사회가 지역약사에게 환자를 위해 전문가로서의 역할을 확대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확대할 전문가로서의 역할’의 내용을 구체화시키는 것은 이를 준비하는 약사 및 약사 사회의 비전과 역량에 달린 문제일 것이다. 물론, 확장하고자 하는 서비스에 대해 충분한 수의 약사가 사회적 필요와 요구에 맞는 적절한 전문 지식 및 기술을 연마하고 준비되어 있어야 하는 것이 전제조건이다.48)
국내에서는 코로나19 팬더믹이 2년을 경과하고 있는 현 시점에서 감염병 시대의 약사 역할에 대한 체계적 고민이 시작되고 있는 모양새이다.64) 본 연구 결과 확인된 폴란드의 일시적 약사 처방 서비스, 미국의 코로나19 검사 및 상담, 스페인의병원약제부와 지역약국 간 협력 사례 등은 우리 사회에서도필요 시 적용해 볼 수 있는 지역 약사서비스로 판단된다. 다만,국내 보건의료체계는 보건의료인의 역할을 엄격히 고정, 직역간 또는 기관간 협력을 어렵게 하는 보다 공고한 장벽이 존재하는 등 해외에서 확인할 수 있는 변화의 흐름을 순발력 있게수용하는 데 있어 어려움이 예상된다.
본 연구의 결과를 고려할 때 다음과 같은 사항을 주의하여야 한다. 관련 주제에 대해 강건한 연구 설계를 기반으로 한 객관적 연구가 부족하다는 점을 감안할 때, 본 파일럿 연구는 미래 연구를 위한 주요 영역을 광범위하게 포착하고 개요를 설명하기 위한 탐색적 접근을 시도한 것임을 상기하여야 한다.코로나19 팬더믹 중 시도된 지역약사 서비스에 대한 보다 객관적 평가 자료를 수집하고 엄정한 과학적 근거 마련이 필요하다. 또한, 본 연구가 대상 국가를 OECD 회원국으로 한정하였으나, OECD회원국 간에도 보건의료체계, 약사 역할 등 상당한 차이가 존재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하나 본 연구에서는 이에 대한 분석을 실시하지 못했다. 본 연구의 범위에 포함되지 않았으나 코로나19 팬더믹은 향후 보건의료서비스의방향을 예측하고자 할 때 주목해야 할 변화는 보다 여러 측면임을 밝힌다. 예를 들어, 첫째, 질병 지형에 변화를 가져왔다.기존 감염성 호흡기 질환은 현저히 줄었으나,65) 코로나 블루,운동부족과 격리로 인한 신체적, 정신적 건강에 나쁜 영향을미친다는 연구가 보고되고 있다.66) 둘째, 급격한 변화와 혼란이 발생시키는 갈등/위험 상황에 대한 대처 방안이 무엇일지에 대한 고민도 필요하다.10,67)
본 연구를 통해 코로나19 팬더믹과 같은 감염병 위기 시대에 여러 OECD 국가에서 다양한 지역약사 서비스가 시도되고 환자로부터 긍정적인 평가를 받은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국내에도 현재 시행되고 있지 않은 여러 지역약사 서비스가 도입되어 확대될 필요성이 있으며 이때 본 연구에서 제시한 여러가지 사항들이 우선적으로 고려되어야 할 것이다.
본 연구는 2021년 영남대학교 학술연구조성비의 지원을 받아 수행되었다(grant no. 221A380126).
저자들은 본 논문의 내용과 관련하여 그 어떠한 이해상충도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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