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약사의 임상활동에서 중요 업무 중 하나인 복약상담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효과적인 의사 소통 기술이 필요하다.1-2) 특히실무실습에서 실제 환자를 대면하기 전에 학생들이 이러한 기술을 배우고 습득하는 것이 중요하다. 환자와 올바르게 소통하고 상호 작용하는 법을 교육하고 평가하기 위해 해외 약학대학에서는 표준화 환자(standardized patient)를 활용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일부 의과대학과 간호대학에서 표준화 환자를활용한 시뮬레이션 수업이 진행 중이지만 현재까지 약학대학에서는 아직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표준화 환자는 시나리오속 캐릭터를 묘사하도록 훈련을 받고 학생들과 상호 작용할때 일정한 퍼포먼스를 지속해서 제공할 수 있는 사람을 뜻한다.3) 표준화 환자는 동료 학생이나 교수자에 비해 환자를 보다 현실적으로 묘사하고 편안한 환경을 조성하여 학생들의 의사 소통 기술을 향상하는 데 매우 효과적으로 알려져 있다.3-6)따라서 우석대학교 약학대학에서는 기초약무실습에서 표준화 환자를 활용한 복약상담 교육 및 OSCE (Objective Structured Clinical Examination, 객관적 구조화 임상시험)를 실시하고해당 교수법에 대한 학생들의 인식에 대해 설문조사를 실시하였으며 같은 학생들을 대상으로 필수 실무실습 완료 후 다시설문조사를 실시하여 이 교수법이 실무실습에 어떠한 영향이있었는지 살펴보았다.
본 연구는 단일 기관 연구로 우석대학교 약학대학에서 진행되었으며 학교 내 생명윤리위원회에서 승인을 받았다(IRB number: WS-2021-9). 우석대학교 약학대학은 2021년 1학기에 5학년 학생들이 수강하는 기초약무실습에서 복약상담 교육을 실시하였다. 학생들은 먼저 교수자의 강의를 통해 복약상담의 필요성과 방법에 대해 배우고, 역할극을 통해 복약상담을연습했다. 세 명의 학생이 팀을 만들어 각각 약사, 환자, 그리고관찰자 역할을 돌아가면서 맡았고, 관찰자는 복약상담 평가 루브릭을 바탕으로 약사 역할을 하는 학생에게 피드백을 제공했다. 그런 다음 지역 연기학원 강사로 구성된 표준화 환자를 활용하였다. 기초약무실습은 분반으로 진행되어 각 반마다 학생들이 4개의 조로 나누어져 있었기 때문에 4명의 연기자를 섭외하여 각 조에 배정하였고, 학생들은 2시간 동안 연기자와 1:1로복약상담 연습을 할 수 있었다. 이 과정에서 교수자는 학생들의 복약상담 수행 능력을 관찰하고 적절한 피드백을 실시간으로 제공하였다. 기초약무실습의 기말고사는 2021년 6월 17일에 OSCE 형태로 진행되었고, 이를 위해 6명의 연기자를 섭외하였다. OSCE 2주 전 연기자들에게 복약상담 시나리오를 제공하였고, 교수자가 표준화 환자 훈련을 실시하였다. OSCE 당일 6개의 스테이션에 6명의 연기자를 각각 배정하였고, 이 중두 개의 스테이션에서 복약상담이 진행되었다. 각 스테이션에는 태블릿을 설치하여 모든 과정을 동영상으로 녹화하였다. 교수자는 OSCE 후에 녹화된 동영상을 보고 평가를 진행하였다.
첫번째 설문조사는 OSCE 직후 5학년 학생 47명 전원에게실시하였다. 이 설문조사는 “의사 소통 능력에 대한 자가진단”, “역할극을 활용한 복약상담 교육에 대한 평가”, “표준화 환자를활용한 복약상담 교육에 대한 평가”, 그리고 “표준화 환자를활용한 OSCE에 대한 평가”에 관련된 질문으로 구성되었다(Table 1). 두번째 설문조사는 필수 실무실습 완료 후 2021년12월 9일과 11일에 같은 학생들에게 실시하였다. 하지만 필수실무실습에서 실제 환자에게 복약상담을 해 본 경험이 없는학생들의 답변은 두번째 설문조사 분석에서 제외되었다. 이설문조사는 “복약상담 교육에서 표준화 환자 활용의 영향” 및 “OSCE에서 표준화 환자 활용의 영향”에 해당되는 질문으로구성되었다(Table 2). 설문조사 결과의 분석을 위해 Chi-square test 또는 Fisher’s exact test가 사용되었고, 통계학적으로 유의한 차이는
OSCE 직후에 실시했던 첫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59.6%(n=28/47)의 학생들이 자신의 평소 의사 소통 기술을 ‘매우 만족하지 않음’, ‘만족하지 않음’, 또는 ‘만족하지도 불만족하지도 않음’으로 평가하였다. 마찬가지로 59.6% (n=28/47)의 학생들이 자신의 평소 의사 소통 기술에 개선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였다. 기초약무실습에서 복약상담 연습을 위해 활용한 역할극과 표준화 환자에 대해 과반수의 학생들이 긍정적(그렇다 또는 매우 그렇다)으로 평가하였다. 두 방법 모두 복약상담 연습에 도움이 되었고, 환자 역할을 한 동료 학생이나 표준화 환자가 실제 환자처럼 느껴졌으며, 실제 약국에서 이루어지는 복약상담을 모방하는 데 효과적이었다고 답했다. 또한 두 방법을통해 실제 환자에게 복약상담을 실시하는 것에 대한 자신감이생겼고, 자신의 의사 소통 기술의 강점과 개선할 점에 대해 성찰할 수 있었으며, 실무실습을 준비하는 데 효과적이라고 하였다. 특히 표준화 환자를 활용한 연습이 역할극보다 실제 약국에서 이루어지는 복약상담을 모방하는 데 더 효과적이었고(91.5% vs. 70.2%,
필수 실무실습에서 실제 환자에게 복약상담을 실시한 경험이 있는 학생은 47명 중 36명이었다. 이 중에서 지역약국에서만 복약상담을 한 학생은 28명, 병원에서만 한 학생은 1명, 지역약국과 병원에서 모두 한 학생은 7명이었다. 필수 실무실습을 마치고 실시한 두번째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과반수의학생들이 기초약무실습에서 표준화 환자를 대상으로 복약상담을 했던 경험이 필수 실무실습에서 실제 환자에게 복약상담을실시하는 데 자신감을 갖게 해주었고, 실제 환자에게 의사 소통 기술을 효과적으로 적용하는 데 도움이 되었다고 하였다.대부분의 학생들은 표준화 환자가 필수 실무실습에서 만난 실제 환자들을 잘 묘사했다고 답했지만, 이는 첫번째 설문조사에서 표준화 환자를 활용한 복약상담 연습이 실제 약국에서이루어지는 복약상담을 모방하는 데 효과적이었다는 답변보다 유의하게 적었다(91.5% vs. 52.8%,
현재 교과과정에서 OSCE를 실시하고 있는 약학대학은 국내에 많지 않다. 또한 OSCE와 복약상담 교육을 위해 표준화 환자를 활용한 것도 국내 약학대학에서는 우석대학교가 유일하다. 본 설문조사를 통해 표준화 환자의 활용과 OSCE가 학생들의 의사 소통 기술 향상 및 실무실습 준비에 미치는 영향을 살펴보았다. 따라서 이러한 새로운 교수법에 대한 학생들의 인식도 조사 결과는 앞으로 국내 약학대학의 교과과정 개발 및 개선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실질적으로 수업에서 복약상담에 필요한 의사 소통 기술을 지도하는 데 가장 적용하기 쉬운 교수법은 역할극이다. 즉, 학생들이 서로 짝을 지어 한 명은 환자 다른 한 명은 약사의 역할을 하거나, 교수자가 환자, 학생이 약사의 역할을 하는 것이다.이전 연구에 따르면 역할극은 의사 소통 기술을 향상하고 환자 및 다른 의료인과 효과적인 의사 소통을 하는 데 도움을 준다고 알려져 있다.7-8) 하지만 역할극은 상대 학생으로부터 유용하거나 비판적인 피드백 부족, 다양한 연기 기술로 인한 일관성 없는 학습 경험, 그리고 상대 학생 또는 교수자를 ‘환자’로가장하는 데 어려움 등 여러 단점이 있다.3) 본 설문조사에서학생들이 역할극 보다는 표준화 환자가 실제 약국에서 이루어지는 복약상담을 모방하는 데 더 효과적이었다고 답하였고,이전 연구에서도 약학대학생은 교수자, 교직원, 행정직원, 동료 학생보다 지역사회 자원봉사자나 연기자와 같은 비전문가를 환자 역할로 강하게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9) 다만 본설문조사의 결과에서 역할극의 동료 학생이나 표준화 환자가실제 환자처럼 느껴지는 것에 대해 유의한 차이가 없었던 것,일부 학생들이 교수자가 환자 역할을 했어야 OSCE가 더 공정하고 효과적으로 이루어졌을 것이라 생각한 것, 그리고 표준화 환자를 활용한 복약상담 연습이 필수 실무실습에서 경험한실제 복약상담을 모방하는 데 부족했던 것을 고려하여 표준화환자의 훈련이 더 체계적으로 이루어질 필요가 있다고 생각된다. 계획적으로 표준화 환자를 적절히 활용하면 역할극보다학생들의 의사 소통 기술을 향상하는 데 더 큰 효과를 볼 수 있지만 교수자의 표준화 환자 훈련과 표준화 환자의 복약상담준비 및 참여 시간을 고려하면 역할극에 비해 가성비가 감소한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10,11) 따라서 각 약학대학의 상황에따라 재학생을 표준화 환자로 활용하는 방법도 고려해볼 수있다. Sibbald 등에 따르면 약학대학 본과 1학년 학생을 OSCE에서 표준화 환자로 활용했을 때 신뢰성과 유효성에 크게 영향이 없었던 것으로 나타났다.12) 그리고 앞으로는 기술 발전을 토대로 가상의 표준화 환자도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미국에서 120명의 의료인을 대상으로 한 무작위 실험에서가상의 표준화된 환자를 대상으로 한 훈련은 일반적인 지식 기반 공부보다 동기면담(motivational interviewing) 기술 향상에더 많은 영향을 미쳤다.13)
OSCE는 학생들을 실제와 유사한 환자 사례에 노출시켜 지식과 기술을 평가하는 방법으로써 의사 소통 기술을 향상하는데 매우 유용한 방법으로 알려져 있다. 또한 다른 방법과 비교하여 더 객관적이고 정당하고 신뢰할 수 있는 평가 수단으로간주되고 있으며, 특히 지역약국 환경에서 필요한 지식과 기술을 평가하는 데 효과적인 것으로 보고되었다.14,15) 그리고McLaughlin 등에 따르면 약학대학 본과 2학년 1학기, 2학년 2학기, 그리고 3학년 1학기에 실시한 OSCE 중 Advanced Pharmacy Practice Experiences (APPEs)와 가장 가까운 시점인 3학년 1학기에 진행한 OSCE 성적은 급성 환자 치료(acute care), 외래 환자 치료(ambulatory care), 그리고 지역약국 APPEs의 수행 능력을 예측하는 데 유용한 것으로 나타났다.16)그러나 Nyman 등은 OSCE와 같은 임상 기술 기반 변수에 비해 교육 지식 기반 변수(예: Pharmacy Curriculum Outcomes Assessment [PCOA], 약물치료학 교과목 성적)가 APPEs의 수행 능력을 더 효과적으로 예측한다고 보고했다.17) OSCE 결과의 실용성에 대해 연구 결과가 엇갈리고 표준화 환자에 들어가는 비용과 교수자의 작업량이 높기 때문에 미국에 비해 임상약학 교수의 수가 상대적으로 적은 국내 약학대학에서OSCE의 필요성과 활용성을 정의하기 위해서는 많은 논의가필요할 것으로 생각된다.18)
본 연구에는 여러 제한점이 있다. 첫째, 표준화 환자 훈련과OSCE의 준비 및 진행이 단일 기관의 단일 교수자에 의해 실시되었기 때문에 연구 결과를 일반화하기 어렵다. 둘째, 두번째 설문조사는 표준화 환자를 활용한 복약상담 연습과 OSCE가 실시되고 6개월 후에 진행되었기 때문에 학생들의 회상 편향을 간과할 수 없다. 마지막으로 필수 실무실습에서 실제 환자에게 복약상담을 실시한 경험이 없는 11명의 두번째 설문조사 답변은 분석에서 제외되었다. 프리셉터의 실습 운영 방식또는 코로나19로 인한 실습 운영 차질로 인해 학생들이 직접환자에게 복약상담을 실시할 수 없는 상황이 발생할 수밖에없었으므로 해당 학생들의 답변을 분석에서 제외하는 것은 불가피한 조치였으나 총 답변 수가 감소했기 때문에 연구 결과에 영향을 미쳤을 수도 있다.
표준화 환자를 교과목에 활용하는 것은 국내에서 아직 생소한 교수법이지만 선진국에서는 이미 활발하게 사용되고 있고그 중요성과 필요성이 여러 연구를 통해 증명되었다. 따라서국내 약학대학에서도 학생들의 의사 소통 기술 향상을 위해표준화 환자를 활용하고, 그 기술을 평가하기 위해 OSCE를도입한다면 궁극적으로 학생들의 임상약료 역량강화에 필요한 교육방법으로 자리매김할 것이라 생각된다.
저자들은 본 논문의 내용과 관련하여 그 어떠한 이해상충도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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