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대 사회에서 지역약국은 일차의료의 한 축을 담당하는 주요 요양기관이다. 지역약국 종사 약사는 환자의 합리적 의약품 사용을 돕는 전통적인 역할 뿐만 아니라 다양한 건강증진활동에 기여할 수 있는 전문 인력으로 평가 받고 있다.1) 영국에서는 지역약사가 지역주민의 건강불평등 해소를 위한 임상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며,2) 해외 각 국에서도 유사한 사례가보고되고 있다.3)
건강불평등이란 사회학적, 경제적, 인구학적, 지리적 등 다양한 기준으로 정의된 인구집단의 건강 수준에 차이가 존재하는 것을 의미한다.4) 건강수준 차이에는 생물학적 요인(성별,나이, 유전 등), 사회경제적 요인(소득/재산, 직업, 교육/학력, 거주지역, 의료서비스 체계 등), 사회심리적 요인(역할 규범, 결혼유무, 사회적 지지 체계, 문화 등), 건강행태요인(운동, 식습관등) 등 다양한 요소가 간섭하고 있다.5-8) 각 요인들은 독립적이지 않고, 사회 변화와 상호작용을 하기도 하며, 그 결과 사회구성원의 건강수준에 다면적으로 작용한다. 예를 들어, 성별은생물학적 의미뿐만 아니라 성별에 따라 주어지는 심리적, 사회적 역할을 내포하는 의미로써 각 개인의 건강수준에 영향을미칠 수 있다.
상기 요인들이 건강불평등에 어떻게, 얼마나 영향을 미치는가에 대해서는 아직 밝혀야 할 것이 많지만,6) 이들 건강불평등 요인 중 많은 부분이 사회적 차원의 문제이며, 사회 및 정부의 노력에 의해서 해소될 수 있다는 인식이 보편적이다.5,8,9)건강불평등은 그 자체로도 ‘회피가능’한 불공평의 소산일 뿐만 아니라,4) 건강불평등의 피해자, 즉 건강하지 못한 자가 건강한 삶의 영위, 교육, 취업 등의 기회를 박탈당함으로써 더욱더 건강이 나빠지는 상황에 놓이게 된다.9,10) 이같은 악순환은사회 정의에 어긋나는 것이며 사회적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가되는 것이다.4,9,11)
Whitehead는 어떤 사회가 건강불평등을 다루는 데 있어 측정–인지–부인/인정–대응의 단계를 밟는다고 했다.5) 한국은2010년대까지 Whitehead가 1998년에 제시한 건강불평등 대응의 첫 단계인 ‘측정’을 위한 체계적 지표조차 부재하였으나,김동진 등이 2018년 수년간의 연구 결과로써 한국사회를 위한 건강불평등 지표를 발표하였다.12,13) 이 같은 노력은 고무적이나, 개발된 지표를 이용해 수집된 자료로부터 유의미한정보를 지속적으로 생산하고 활용할 방안도 함께 모색되어야최종 단계인 ‘대응’으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측정된 현황을활용하여 정책입안자, 정책집행자, 나아가 대중을 설득하고변화시키는 단계로 나아가지 못한다면 우리 사회에서의 건강불평등 해소 노력은 임시적, 산발적 사건을 벗어나지 못할 것이다.14)
Whitehead의 분석에 따르면 영국은 마지막 단계인 ‘대응’에도달한 국가이다. 영국에서 건강수준 격차에 대한 문제는1980년 영국 블랙리포트에서 본격적으로 제기되었다. 블랙리포트 출판 당시 집권당이었던 보수당은 그 결과에 주목하지않았으나, 1990년대 중반 집권당이 노동당으로 바뀌면서 블랙리포트가 제기한 건강불평등에 대한 대응이 구체화되었다.5)곧 건강불평등 자료를 변환할 계기도 마련되었다. 2000년대중반 지역적으로 수집되고 분석되던 health profile 자료가 제각각이어서 자료 활용에 한계가 있음이 알려졌다.15) 노동당정부의 백서 “Saving Lives: Our Healthier Nation (1999)”과 “Choosing Health: Making healthy choices easier (2004)”에따라 2000년 지역별 Public Health Observatory (PHO), 2005년 Association of Public Health Observatory (APHO)가 설립되었다. 2006년 APHO의 주도로 첫 번째 Health Profile이 발간되었다.15-17) 당시 발간된 Health Profile의 평가에 참여한285명의 사용자(중앙/지역 보건의료행정가, 전문가, 일반인 등)는 자료의 활용성을 높이기 위해 사용자들이 쉽게 접근하여이해하고 활용할 수 있는 웹기반 양방향 데이터베이스의 필요성을 제기하였다.15) 이런 과정을 거쳐 개발된 결과가 현재의Public Health Profile (PHP)이다.18) 영국 PHP는 ‘지역구성원의 건강 상태에 대한 자료를 제공하여 지역 보건 정책 수립 및실행에 대한 근거 제공’이라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공공의건강(Public health)에 대한 방대한 자료로 구성되어 있다.19)자료는 분기별(2, 5, 8, 11월)로 업데이트되며, 국가 공식 통계자료로 관리되고 있다.
본 연구는 우리나라 약사가 우선적으로 관심을 가질 수 있는 건강불평등 지표를 예시로 삼아 우리나라 관련 자료 현황과 영국의 Public Health Profile를 비교함으로써 우리나라 건강불평등 데이터베이스의 전개 방향을 살펴보고자 하였다.
연구에 필요한 자료를 획득하기 위해 한국의 자료원으로 국가통계포털(https://kosis.kr/index/index.do), 건강보험 의료지도(http://nhiss.nhis.or.kr:8087/), 한국사회보장정보원(http://www.ssis.or.kr/lay1/S1T925C929/contents.do), 통계지리정보서비스(https://sgis.kostat.go.kr/edu/jsp/main.jsp), 보건복지데이터포털(https://data.kihasa.re.kr/)를 활용하였다. 영국의국가기록원(The National Archives), 보건성(Department of Health and Social Care)의 공중보건국(Public Health England, PHE) 및 산하기관인 PHO 및 APHO 등에 공개된 자료를 조사하였다. 특히, PHP운영의 핵심기관인 PHE의 PHE data and analysis tools과 PHP 플랫폼인 Fingertips (https://fingertips.phe.org.uk/)에 공개된 모든 자료를 면밀히 검토하였다.
영국 PHP는 보건성 산하 PHE가 책임운영기관이다(2013년4월 발족, 2020년 8월 National Institute for Health Protection으로 전환).20-22) PHE는 NHS, 중앙정부행정기관(예, 내무부,법무부, 교육부, 교통부, 상공부 등), 대학연구기관, 민간 공익기관에서 정기적으로 수집하는 전국단위 자료에 지방자치정부 및 지역 기관에서 수집하는 자료를 모아 집단별 건강형평성을 보여주는 PHP로 변환하는 책임을 맡고 있다. 하부 조직으로 잉글랜드 4개 권역에서 8개의 지역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4개 권역은 North of England, South of England, Midlands and East of England, London으로 이루어진다. 웨일즈와 스코틀랜드는 각각 유사 기관을 가지고 있으며 중앙 정부 PHE와긴밀히 협력하고 있다.
2000년 설립된 PHO는 PHP 자료를 학술적으로 뒷받침하는핵심 조직이었다. 9개의 PHO는 각각 260만~870만 명에 이르는 지역 인구에 대한 자료 분석을 수행했으며, 각 지역 대학연구기관들과 긴밀히 협력함으로써 자료의 학술적 엄밀성을 높였다.21) 이들을 연결하는 조직인 APHO는 ‘doing once for all’ 이라는 모토 아래 PHO 간 업무를 조정하여 불필요한 중복을막고, 바람직한 사례(good practice)를 전파하는 것을 목표로운영되었다.21) 2013년 4월까지 독립성을 유지하며 활동하던PHO들은 PHE 산하조직으로 개편되었다.
영국의 PHP는 2020년 9월 Covid-19 관련 주제인 ‘Wider impacts of COVID-19 on Health’가 추가되어 31개 주제에 대해 다양한 지표로 구성된 자료를 제공하고 있다(Table 1).18)한국은 건강불평등 만을 다루는 국가 데이터베이스는 아직 없으므로, 건강불평등 주제를 유기적으로 연결하고 있는 PHP의지표 중 다음 2개를 본 연구의 표적 지표로 선정하였다.
첫째, 정신건강과 관련된 여러 지표 중 특히 중독 물질 오남용관련 정신건강 지표인
둘째, 호흡기 질환 지표인
호흡기 질환 중 천식은 일차의료의 질을 평가할 때 자주 활용되는 질병이다. OECD 건강 지표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천식관리가 미흡하여 발생하는 회피가능한 천식 입원률이 높게 관찰되고 있는 국가이다. 일차의료에서의 천식 관리는 천식약물흡입기의 합리적 사용이 최선이며, 이는 약사의 역할이 중심을 이루는 분야라 할 수 있어 선정하였다.
연구 자료의 수집은 2020년 3월부터 8월까지 실시하였고, 2021년 8월 상황을 반영하여 최신화하였다. 두 지표에 대하여PHP가 제시하는 하위 지표 79종과 상응할 수 있는 우리나라통계 지표를 우선적으로 국가통계포털에서 찾아 비교하여 제시하였다. 필요 시 보건복지 관련 기관의 데이터베이스에서도자료를 탐색하였다. 수집된 자료의 분석은 3개의 대주제; 자료접근성, 자료 활용성, 자료의 시각화로 구분하여 실시하였다. ‘자료 접근성’은 자료 제공 방법 및 특징, 자료의 구성 등을 탐구하였다. ‘자료 활용성’은 자료의 제시 방법 및 특징, ‘자료 시각화’는 자료를 도식화하는 기능, 방법 및 특징 등에 대해 탐구하였다. 다만, 본 연구에서는 PHP 구성하는 지표에 대한 평가는 제외하였다. 건강불평등을 모니터링하기 위해 적합한 지표는 각 사회의 맥락에 따라 달라질 수 있으며, 한국 사회의 건강불평등을 모니터링 하기 위한 필요 지표는 이미 개발 중에 있으므로12,13) 본 연구 범위에서 제외하였다. 주제별로 수집된자료는 Excel을 활용하여 정리하였다.
영국의 중독 물질 오남용 관련 정신건강 지표(
호흡기 질환 지표(
Table 2에 UK PHP 표적 지표와 비교 가능한 한국의 지표 및자료원을 병기하여 나타내었다. 정신건강의 배경 지표로 분류되어 있는 빈곤 지표를 상세 수준까지 제시한 지표 및 자료는찾을 수 없었다. 이는 다른 보건 지표에도 동일하게 해당되었는데, 예를 들면, 단순 흡연율은 있었으나 정신건강 질환과 관련된 흡연율을 찾을 수는 없었다. 치료 수요나 치료 반응에 대한 지표 및 자료는 거의 찾을 수 없었다. 반면, 정신건강 질환유병율이나 요양기관 이용, 사망률 등은 상대적으로 많은 상세 지표 및 자료를 확인할 수 있었다.
호흡기 질환에서 각 질환에 대한 유병률은 천식과 COPD만확인되었다. 사망률은 사망원인통계에서 호흡계통 질환에 의한 사망률로 확인할 수 있었다. 질환 각각에 대한 사망률은 폐렴에서만 확인할 수 있었고, 천식과 COPD에 대한 사망률은만성하기도 감염으로 묶여서 제공되었다. 시도별 사망원인통계에는 호흡기 질환에 대한 정보가 제공되지 않아 상세 지역별 사망률은 알 수 없었다. 천식 및 COPD에 대한 단순 입원율은 확인할 수 있었으나, 폐렴의 입원 자료 및 세 질환의 입원기간, 응급 입원율, 진단율 등에 대한 자료는 찾을 수 없었다.
영국에서 상기 지표에 대한 자료는 웹기반 플랫폼인 “Fingertips” 에서 제공되고 있다. 각 주제에 대한 하위 지표는 상호 보완적이고, 유기적으로 연계되어 있었다. 즉, 각 지표가 배타적으로한 곳에만 위치하는 것이 아니라 필요에 따라 한 지표가 여러곳에서 활용되었다. 예를 들어, 성인 흡연율은 본 연구의 두 표적 지표 모두에서 거듭 제시되고 있다(Table 2).
한국의 관련 지표 및 자료는 KOSIS 국내 통계 중 보건 통계에서 주로 찾을 수 있었지만, 실업률, 범죄율 등 사회적 지표는노동 통계, 범죄 통계 등 다른 분야의 수많은 지표 중에서 찾을수 있었다. 저소득층 어린이 등 빈곤 관련 통계는 보건사회연구원이 제공하는 보건복지데이터포털의 2017 빈곤통계연보와 한국사회보장정보원의 사회보장통계에서 일부 찾을 수 있었다. 이처럼 필요 지표가 KOSIS 데이터베이스에서도 여러주제에 나누어져 있고, 나아가 다른 기관의 자료원으로 흩어져 있어 접근성이 떨어졌다. KOSIS 데이터베이스 내에서조차도 상세 조건에 따라 각각 별도의 하위 주제를 찾아 지표를확인해야 하는 구조였다. 흡연율 지표를 예로 들면 시군구별자료는 지역사회건강조사에서, 연령별 자료는 국민건강영양조사에서 찾을 수 있었다. 이에 따라, 연구자 혹은 정책입안자가 연구 또는 정책 입안의 필요성이 있을 때마다 스스로 관련주제를 수립하고 이용 가능한 지표를 파악하여 각각을 찾아서모아야 하도록 구성되어 있었다.
영국 Fingertips 자료 활용성의 특징은 1) 다양한 지역 수준별 지표 탐색, 2) 관심 지역을 다른 지역 또는 잉글랜드 평균과비교, 3) 지역을 위한 자료 활용이 가능하도록 자료의 표시 기능을 제공하고 있는 것이었다. 플랫폼 사용자는 관심 지역과벤치마킹 지역을 선택하여(Fig. 1. Area selection) 보기 기능(Fig. 1. Mode of view)에서 심층 분석 기능을 선택하면 그 결과가 동일 화면의 아래 부분에 수치와 그림이 함께 나타난다(Fig. 1. Data display). 지역은 한국의 광역시도에 해당하는region 뿐만 아니라 하위 행정구역인 district, county까지 선택이 가능했다. 예를 들어 한 개의 region에 해당하는 런던은 32개의 구역(county level)으로 세분하여 선택할 수 있다. 또한,주제에 따라 박탈지수그룹, NHS 권역, PHE 권역, 모성건강서비스 권역 등 선택할 수 있는 지역을 다양하게 재분류하여 제시하고 있다.
반면, 한국 KOSIS 자료는 자료의 접근성 단락에서 서술한바와 같이 한 주제 내에서도 지표가 분절되어 있어 자료 간 이동이 제한적이었고, 지역별 자료는 일부 지표에 한해 대부분17개 광역행정시도로만 제공되었다(Fig. 2). 시군구별 비교가가능한 자료는 ‘지역사회건강조사’, ‘지역별의료이용통계’, e-지방지표(통계표) 등에서 제공되는 일부 지표에 국한되어 제공되고 있었다(Table 1, 예: 시군구별 현재 흡연율, 시군구별현재흡연자의 1개월내 금연계획률).
영국 Fingertips는 각 지표에 대해 관심 지역을 벤치마킹 지역과 비교한 결과를 다양한 형태의 표 또는 그래프로 보여주도록 설계되어 있다(Fig. 3). 선택할 수 있는 시각화 메뉴는 10개이며 증감율, 시기별 추이, 지표간 관계 분석, 지도화 그림,지역간 비교, 선택 지역 현황 지표 등이 포함된다. 그 외Definitions은 각 항목의 자료에 대한 정의, 자료의 정의 확립,수집, 분석에 참여한 조직 등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며, Download는 각 자료를 반출하는 메뉴이다.
한국 KOSIS의 시각화 도구는 사용자가 정한 조건에 따라정해진 지표 1가지에 대해 다양한 막대도표, 원도표, 선형도표등으로 표출할 수 있었으나 한 주제에 대한 다양한 측면을 분석하여 보여준다고 보기는 어려웠다(Fig. 4a). 각 자료를 지도화한 그림은 KOSIS의 e-지방지표(시각화)와 국민건강보험에서 제공하는 건강보험 의료지도에서 제공하고 있지만 일부 지표에 대한 정보만 있었으며, 지역 단위는 17개 광역행정시도였다(Fig. 4b).
본 연구는 영국 PHP 및 그 플랫폼인 Fingertips의 자료를 한국의 비교 가능한 자료와 대비하여 다음과 같은 차이점을 확인하였다. 첫째, 영국 PHP는 방대한 자료를 포함하였다. 이는유병률, 치료 수요, 보건 자원 이용률, 치료 결과, 관련 사망률등 집단 간 건강 격차 현황에 대한 자료뿐만 아니라, 집단 간건강 격차를 발생하는 배경 정보(예, 박탈지수, 저소득층 아동수, 가정내 학대 관련 범죄, 실업률, 흡연율, 모체의 분만 시 흡연율 등)에 대한 자료를 아우르고 있어 활용도를 높이고 있었다. 특히, 방대한 자료를 모아놓는 것에 그치지 않고 건강불평등에 특화된 주제를 개발하여 자료를 유기적으로 구성함으로써 사용자의 흥미와 이해도를 높이고 있었다. 나아가 점차 건강불평등의 넘어 사회구성원의 안녕(wellbeing)에 대한 자료로 범위가 확대되고 있었다. 한국의 자료 또한 여러 분야에 걸쳐 방대하게 구축되기는 하였으나 자료를 유기적으로 구성하여 제시하고 있지는 못하였고, 한국 KOSIS의 주제 묶음은 행정적 목적에 따라 이루어져 있었다.
둘째, 모아진 정보를 표출함에 있어 영국 PHP의 이용자 편의성 향상이 주목할 만 하였다. Fingertips는 간편한 조작으로다양한 표 또는 그림에 접근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고 있었고, Fingertips에서 나타나는 표, 그림 만으로 정보의 완결성 및활용성에 부족함이 없었다. 반면, 한국 KOSIS에서 제공하는정보 시각화 도구는 이를 이용하는 사용자의 역량에 좌우될여지가 많았으며, 일차 표출된 상태 그대로 활용하기에는 해석이 어렵고 그림의 완성도가 떨어져 원시 자료로 재가공할필요가 커 보였다.
셋째, 영국PHP에서 이해도 및 활용도를 높인 주요 요소 중하나는 관심 지역을 벤치마킹 지역과 비교할 수 있는 기능이었다. 특히 다양한 지역 분류 정의를 활용한 점, 실질적 생활권과 유사하도록 세분화된 지역 단위를 기준으로 활용한 점 등이 지역 간 직관적, 실질적 비교가 가능하도록 하였다. 그러나,한국의 자료는 주로 17개 광역행정시도로 구분되어 제공되었고 이마저도 비교의 목적을 위한 기능은 부족한 채 단순 표/그림으로 제공되고 있었다. 보다 밀접한 생활권으로써 의미 있는 분석이 가능한 시군구 수준으로 제공되는 자료는 극히 제한적이었고 그 마저도 다른 조건(예, 성별, 연령별)과 분절되어제공됨으로써 교차 분석 가능성도 낮았다.
넷째, 정보 확산을 위해 사용 권한에 제한을 거의 두지 않고있었으며, 이용자의 필요에 따라 추가 분석이 가능한 형태의파일이 제공되는 것은 두 국가가 동일했다. 다만, 영국 PHP는보다 상세한 수준의 지표, 다양한 형태의 그림이나 표를 제공하고 있는 만큼 제공되는 각 자료 형태에 따라 자료의 의미와활용 방법에 대한 상세한 가이드라인이 제공될 뿐 아니라, 지표의 정의와 수집방법, 수집 주체에 대한 상세 정보가 투명하게 공개되고 있어 그 신뢰도를 높이고 있었다.
건강불평등에 대한 측정은 현황을 밝혀서 사회적 관심을 불러 일으키고 적절한 대응 정책의 시행을 이끌어내기 위함이다.5)본 연구는 건강불평등 평가에 적합한 한국형 지표 개발이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는 현재, 시급한 고민이 필요한 것이 자료를 축적하는 데이터베이스와 자료를 표출할 수 있는 플랫폼의개발이라 판단하고 영국의 PHP를 한국의 현황과 비교함으로써 우리 사회 건강불평등 데이터베이스의 발전 방향을 제시하고자 하였다.
가장 큰 차이는 한국은 아직 건강불평등에 중점을 둔 데이터베이스가 구축 되지 않은 것이므로 본 연구의 결과를 해석함에 있어 이를 고려하여야 함을 밝힌다. 또한, 상세 지표의 필요성 정도는 국가간 차이가 있으므로 비교 가능한 지표의 부재만으로 자료의 질을 단순 평가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이러한 연구의 한계에도 불구하고, 본 연구는 현재 한국에서 활용가능한 자료는 건강불평등 연구를 수행하고 있는 연구자 간,관련 정책을 발굴하고자 하는 행정가 간 주제 개발과 관련 지표 탐구와 구성이라는 노력을 끝없이 중복하게 만드는 비효율이 존재함을 확인하였다. 뿐만 아니라 연구자 혹은 행정가 각자의 역량에 따른 결과의 편차가 상당히 존재할 것이며, 이는우리 사회의 건강불평등 지속적 평가와 해소 방안 마련에 저해 요소로 작용할 것이 우려된다.
영국PHP에서 이해도 및 활용도를 높인 요소는 1) 주제별 관련 지표의 유기적 구성과 제시, 2) 지역간 비교, 3) 완결성, 활용성을 갖춘 다양한 시각화 도구로 요약할 수 있었다. 특히 영국PHP가 가진 특이점으로써 면밀히 살펴보아야 할 것은 지역간비교 기능이라 할 수 있다. 영국 PHP는 건강불평등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함에 있어 지역을 주요 변수로 설정하였고, ‘지역구성원의 건강 상태에 대한 일관되고 간결하며 비교 가능하며균형 잡힌 개요(overview)를 제공하여 지역 보건 수요 평가, 정책, 계획, 성과 관리, 감시 및 실행에 대한 근거를 제공하는 것’ 을 실천적 목표로 천명하고 있다. 영국 PHE는 지역 간 상호 벤치마킹이 건강 격차 현황을 부각하는데 도움이 되며, 의료서비스 격차, 의학적 사유로 설명되지 않는 건강 격차 등에 대한사회적 질문을 발굴하기에 유용함을 천명하고 있다.23) 이는또한 해당 건강 격차 개선에 의해 영향을 받는 사회구성원의규모를 예측하거나 정책 효과를 평가에도 핵심 자료가 될 수있다.24,25)
North East Public Health Observatory의 책임자였던Wilkinson은 앞으로 건강 지능(health intelligence)이 “자료와근거(data and evidence)를 함께 의미하며 개인이나 집단의 건강관련 결정을 주도할 것”이라 언급하였다.26) 인류의 노령화에 따라 급격히 확대되고 있는 보건의료자원에 대한 수요 증대와 보건 기술의 발달은 보건정책 결정에 어려움을 더하고있고 보건의료자원 분배에 있어 우선순위 결정에 대한 근거는필수요소가 되었다.27) 또한, 자원사용 효율화를 위해서는 정치적 고려를 배제하고 대상지역의 건강상태 및 보건의료자원을 기준으로 각 지역민의 참여가 바탕이 된 자원 배정 순위 결정이 활성화되어야 한다는 로컬거버넌스의 논의가 힘을 얻고있다.25,28) 실증 연구들도 건강불평등 현상에 있어 거주 지역을 주요 원인으로 주목해야 함을 보고하고 있다.24,29) 예를 들어, Diez Roux 등은 개인적 요소(수입, 교육, 직업 등)의 영향을모두 통제한 후에도 거주 지역에 따른 질환 발생의 위험이 서로 다른 것을 보고하였다.
이런 견지에서 한국 정부의 건강불평등에 대한 개선 노력은아직 충분치 못한 것으로 평가된다. 이은환은 한국 정부의 관심이 여전히 협의의 건강불평등에 머물러 소득수준 또는 생애주기에 따른 건강불평등 현황 파악만 이루어지고 있다고 우려하며, 지방정부가 지역의 건강불평등 개선을 위해 보다 능동적 역할을 해야 함을 역설하였다.11) 최근 국민건강보험공단의지역별 의료서비스 격차 자료,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병의원 평가 자료 등이 지역 기반으로 구축되어 제공되고 있으나30,31) 단편적인 자료가 흩어져 제공되고 있음을 본 연구에서 다시한번 확인하였다.
이에 본 연구는 영국 PHP의 사례를 참조하여 한국의 건강불평등 데이터베이스 개발 시 다음과 같은 점을 고려할 것을 제안하는 바이다. 우선, 접근성을 최대화 한 웹기반 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다는 것은 명약관화하며, 개발될 시스템의 일차 사용자는 지역 사용자로 설정할 것을 제안한다.
둘째, 새로운 시스템에 담길 자료는 이용자가 흥미를 가질주제를 발굴하여 건강 격차의 현황뿐만 아니라 잠재적 요인이나 배경에 대한 자료가 유기적으로 연결되도록 재구성함으로써 그 자체로 한국 사회 건강불평등에 대한 서사를 보여줄 수있어야 할 것이다.
셋째, 플랫폼에서 표출하는 자료는 일차적으로 지역 간 비교를 통해 상호 벤치마킹이 가능하도록 구성함으로써 지역에서의 활용성을 제고할 것을 제안한다. 이때 지역의 단위는 현재한국의 국가통계자료의 근간이 되는 광역시도 등 대규모 행정 단위로 한정해서는 안 되며 건강형평성 측정에 필요한 적정한소규모 지역 및 집단 단위에 대한 다양한 정의를 확립하고 이를 자료 수집 및 결과 표출의 기본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넷째, 지역 사용자는 행정가, 연구자, 의료전문가, 지역주민등 다양한 계층을 포함할 것이므로 다층화된 자료를 생산하여서로 다른 특성의 사용자의 요구에 부응하는 전략도 개발되어야 한다. 예를 들어, 행정가 및 지역주민을 위해서는 직관적 이해를 돕는 구성과 형태의 자료, 연구자 및 의료전문가를 위해서는 완결성 있는 구성의 자료가 손쉽게 통계 처리가 가능한형태로 제공되는 등이다.
다섯째, 자료 표출 시 제공되는 시각화 자료는 쉬운 조작, 직관적 이해, 완결성, 정보성 및 활용성을 충족하도록 개발되어야할 것이다. 이는 자료제공자 또는 개발자의 노력만으로 가능한일은 아닐 것이며 사용자 의견을 반영하여 지속적 개선이 이루질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함께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
여섯째, 구축된 자료가 활발히 활용되어 건강 격차 개선을위한 정책으로 이어지도록 사용자 특성에 따른 자료 활용 가이드라인 적극적으로 개발하여 함께 보급하여야 함은 물론 일반인 독자의 접근성을 최대화하기 위해 정규 교육 프로그램으로 접목, 통신문을 통해 가족에게도 노출시켜야 한다.15)
마지막으로 영국 PHP에서 확인되듯이 한 사회의 건강불평등 현황을 파악하고 지속적으로 평가하기 위해서는 방대한 자료의 수집, 가공, 분석 및 해석을 담은 2차 자료의 생산이 동반된다. 그러므로 상기 제시한 데이터베이스 및 플랫폼의 실질적 운영을 위해서는 이를 가능하도록 하는 업무 환경 조성이동반되어야 한다. 우선 자료 수집 및 활용의 일선에 있는 지역행정기관을 학술적으로 뒷받침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여야한다. 예를 들어, 영국의 PHO는 지역적 차원에서 모아진 일차자료를 각 지역의 대학 연구기관이 적극적으로 결합하여 분석,해석하고 필요 시 양질의 2차 자료를 생산함으로써 신뢰도와활용성을 동시에 확보할 수 있었다. 나아가, 관련 행정기관 및연구기관의 유기적 역할 분담에 대한 고민도 필요하다. 영국의 경우 AHPO는 지역간 업무 조화 및 협력을 위한 코디네이터로서 역할을 하였고, NICE는 국가적 차원에서 건강불평등자료를 활용한 과학적 근거를 생산하는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건강불평등 대응을 위한 기관 간 역할 재정립에 있어서는 국내 상황에 맞는 최선의 방안이 무엇인지 추가 연구가 필요할것이라 생각된다.
건강불평등 해소를 위해, 그 현황을 보여 줄 정보의 생산은가장 우선되어야 할 사안이나 한국 사회에는 관련 자료를 한눈에 볼 수 있는 국가 데이터베이스가 부재하다. 영국 PHP 및이의 플랫폼인 Fingertips는 지역구성원의 건강 상태에 대한 간결하며 비교 가능한 정보를 제공하여 지역 보건 수요 평가,정책의 시행 근거 제공, 시행된 정책의 평가 등에 활용되고 있다. 본 연구는 한국 사회의 건강불평등 데이터베이스 개발 시영국 PHP 사례를 참조하여 양방향 웹기반 플랫폼 구축, 건강불평등 주제 발굴과 그에 따른 자료의 구성, 지역 간 비교 기능의 적극적 활용, 사용자 요구를 반영한 자료의 제공과 지속적기능 개선 등을 제안하였다.
본 연구는 2019년 영남대학교 학술연구조성비의 지원을 받아 수행되었다(grant no. 219A380166).
저자들은 본 논문의 내용과 관련하여 그 어떠한 이해상충도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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