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섬망은 의식, 주의력 및 인지의 장애로 특징지어지는 신경정신계 장애이며, 일부 환자에서는 감정이나 수면, 정신운동 활동에 영향을 주기도 한다. 1) 섬망은 입원 환자에서 15-30%, 암 환자에서 25-85%로 높은 발생률을 보이며, 고령의 입원 환자나 말기 암환자에서 더욱 흔하게 발생한다. 2,3) 섬망의 원인은 매우 다양하며, 암환자에게 발생하는 섬망의 경우에는 원발성 중추신경계 종양이나 뇌 전이 등이 직접적인 발생 요인으로 알려져 있다. 또한, 전해질 불균형, 감염, 마약성 진통제 사용, 섬망 유발 약물 복용 등도 섬망 증상 발생에 간접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4) 섬망은 입원 기간을 2일 이상 연장시키고 사망률을 2배까지 증가시키며 환자 및 보호자의 삶의 질(quality of life)을 급격히 악화시키므로,4-6) 발생을 예방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며, 증상 발생 시에는 그 원인을 밝히고 적절한 치료를 하여야 한다.
그러나, 섬망의 약물 치료에 대한 근거 자료는 제한적이며, 주요 국제 지침들 간의 약물 선택에 대한 권고사항은 표준화 되어 있지 않다. 7) 2019년 미국 종합 암 네트워크(National Comprehensive Cancer Network, NCCN) 지침에서는 암환자 섬망의 1차 치료제로 1세대 항정신병 약물인 haloperidol을 권고하며, 대체 약물로 risperidone, olanzapine, quetiapine, 보조요법으로는 benzodiazepine을 제시하였다. 8,9) 반면, 2018년 유럽 종양 학회(European Society for Medical Oncology, ESMO) 지침에서는 암환자 섬망의 치료 약물로서 aripiprazole,olanzapine, quetiapine, 보조요법으로 benzodiazepine을 권고하였으며, 2019년 NCCN지침에서 권고 약물로 제시된 바 있는 haloperidol, risperidone은 섬망 증상 조절에 유의한 효과가 없다고 발표하였다. 4) 이러한 권고사항의 비표준화로 인해, 실제 임상 현장에서는 환자 상태나 의료진의 경험을 근거로 섬망 증상을 조절하기 위한 약제를 선택하고 있다.
따라서, 본 연구에서는 2019 NCCN 지침과 2018 ESMO 지침에서 섬망 치료 약물로 제시하고 있는 aripiprazole, haloperidol, olanzapine, quetiapine, risperidone, 그리고 benzodiazepine이한 단일 상급종합병원에서 완화의료병동 암환자의 섬망 치료에 사용된 현황을 파악한 후, 약제들 간의 섬망 치료 효과와 안전성을 비교하고자 한다.
본 연구는 전자의무기록(electronic medical record, EMR)을 후향적으로 관찰하는 방법으로 진행하였으며 조사한 세부 항목은 아래와 같다
본 연구는 2016년 1월 1일부터 2019년 6월 30일까지 42개월 동안 한 단일 상급종합병원의 완화의료병동 입원 환자 중 섬망 치료 대상 약물(aripiprazole, haloperidol, olanzapine, quetiapine, risperidone, diazepam, lorazepam, midazolam)을 투여 받은 만 19세 이상의 환자를 대상으로 하였다 (Supplement 1). 그 중 섬망 치료를 위해 위 대상 약물을 투여 받은 환자 중 국제질병분류 10차 개정판(International Classification of Diseases, Tenth Revision, ICD-10)에 따라 C00-C97에 해당하는 암환자만을 선별해 연구를 진행하였다.
제외기준섬망 진단 이전에 치매(ICD-10: F00), 파킨슨병(ICD-10:G20, G21), 중증근무력증(ICD-10: G70), 뇌전증(ICD-10:G40) 진단력이 있는 환자, 전자의무기록 상 QT 간격 연장 (QT>500 ms) 또는 알코올 중독증의 이력이 있는 환자, 완화 의료병동 입실 이전부터 발생한 섬망에 대하여 약물 치료를 지속중인 환자, 섬망 진단 이전부터 대상 약물을 투여한 환자,기록 추적이 불가능한 환자는 제외하였다.
섬망 발생 여부를 파악하기 위해 해당 약물을 처방 받은 환자의 전자의무기록 상 경과기록, 간호기록, 또는 협진기록에서 ‘섬망’, ‘delirium’, ‘delirious’ 기록을 수집하였고 해당 내용이 처음 기록된 날을 섬망발생일로 하였다. 섬망 치료 약물의 확인을 위해 투약내역 및 경과기록, 간호기록을 통해 대상 약물 중 섬망 발생일 이후 섬망 치료를 위해 투여가 시작된 기록을 수집하였다.
환자 기본 특성 항목연구 대상 환자의 기본 특성 파악을 위하여, 환자의 입원 당시 연령, 성별, 키, 체중, 병원 입원일, 완화의료병동 입원일 및 입원 사유, 완화의료병동 퇴원일, 진단명, 기저질환(치매, 파킨슨병, 중증근무력증, 뇌전증, QT 간격 연장, 알코올 중독증 여부)을 수집하였다. 또한, 섬망 발생의 위험요인(암의 종류, 뇌전이 여부, 대사성뇌병증 여부, 전해질 불균형 여부, 해소되지 않은 통증 여부, 장폐색이나 변비 여부, 감염 여부, 방광 출구 폐쇄 여부,4) 마약성 진통제 및 섬망 유발 위험 약물 복용 이력)을 수집하였다. 동반질환력은 Charlson 동반질환지수(charlson comorbidity index, CCI)를 통해 평가하였다. 10) 대사성뇌병증은 진단명, 경과기록, 또는 협진기록에 ‘뇌병증(encephalopathy)’ 이 있는 경우로 정의하였고, 전해질 수치가 정상범위(sodium, 135-145 mmol/L; potassium, 3.5-5.5 mmol/L; calcium, 8.5- 10.5 mg/dL)를 벗어난 경우 전해질 불균형이 있는 것으로 평가하였다. 진통제를 복용함에도 숫자통증척도(numeric pain intensity scale, NPIS) 점수가 4점 이상인 경우 해소되지 않는 통증으로 정의하였다. 장 폐색이나 변비의 경우 경과기록 상장폐색(ileus 또는 bowel/abdomen obstruction), 변비(constipation)가 있는 경우, 복부 방사선 상 장폐색이 관찰된 경우, 또는 간호기록 상 배변 기록과 변비약 투여내역이 일치하는 경우 중 어느 하나라도 속하는 경우 장 폐색 또는 변비가 있는 것으로 평가하였다. 감염의 경우 진단명이나 경과기록, 협진기록에 감염이 명시된 경우로 정하였으며, 방광 출구 폐쇄는 도뇨관을 삽입한 경우로 하였다. 마약성 진통제의 경우 섬망 발생 전일 사용한 총 용량을 조사하였으며, 그 용량 표기 기준을 통일하기 위해 주사용 morphine 용량으로 변환하였다. 11) 섬망 유발위험 약물은 섬망 발생일 이전 일주일 동안의 약물 복용력을 통해 조사하였으며, 2018 ESMO 지침의 섬망 유발 위험 약물군4)에 속하는 약물 중 식품의약품안전처 허가사항에 모든 빈도에서 ‘섬망’, ‘혼돈’, 또는 ‘환각’이 이상반응으로 보고된 약물로 하였다. 이에 따라, 항불안제/최면제(anxiolytics/hypnotics), 마약성 진통제(opioids), 코르티코스테로이드제(corticosteroids), 비스테로이드성 소염진통제(nonsteroidal anti-inflammatory drugs, NSAIDs), 항경련제(anticonvulsants), 항콜린제(anticholinergics), 항정신병약물(antipsychotics), 항우울제(antidepressants), levodopa, lithium, ciprofloxacin, acyclovir, ganciclovir, 히스타민 수용체 길항제(histamine H2 receptor antagonists, H2 blockers), 양성자펌프 억제제(proton pump inhibitors, PPIs), interferon, interleukin, cyclosporine이 섬망 유발 위험약물에 포함되었다.
효과 및 안전성 평가를 위한 항목효과를 평가하기 위해 대상 약물 투여력(약물명, 용량, 투여 경로, 투여일수), 대상 약물 투여 전후 임상관찰기록(신경학적 관찰 결과), 간호 기록(섬망 관찰 기록), 섬망 재발생 여부, 재발 생일을 조사하였다. 또한 안전성을 평가하기 위해 부작용 발생 여부, 부작용 발생일, 부작용 명칭, 부작용 심각도, 사망 여부, 사망 일자, 사망원인을 조사하였다.
섬망 치료 약물군별 섬망의 호전율과 재발율을 비교하여 효과를 평가하였다. 섬망의 호전은 임상관찰기록 상 신경학적 관찰 결과가 기면(drowsy), 혼돈(confusion), 혼미(stupor), 진정(sedation), 흥분(agitation)에서 명료(alert)로 변경된 경우 또는 간호기록 상 섬망 관찰 기록에 ‘섬망 증상 호전됨’과 같이 호전 여부가 명확히 기록된 경우로 정의하였다. 호전을 보인 환자에서 전자의무기록 상 호전 이후에 ‘섬망’, ‘delirium’, ‘delirious’ 기록이 나타나는 경우 섬망 재발생으로 정의하였다.
안전성 평가안전성은 전자의무기록 상 해당 섬망 치료 약물 투여 후 발생한 약물이상반응이 명시된 환자수를 약물군별로 비교하였다. 약물이상반응은 Naranjo와 World Health Organization-Uppsala Monitoring Centre (WHO-UMC) 인과성 평가 기준을 사용하여 두 가지 모두에서 possible 혹은 그 이상으로 판정된 경우 약물이상반응이 발생한 것으로 하였다. 또한 이상반응 표준용어 기준(common terminology criteria for adverse events, CTCAE) v5.0의 등급을 이용하여 약물이상반응의 심각도를 평가하여, CTCAE 3등급 이상인 환자수를 비교하였다.
통계 분석연구대상의 특성은 기술통계량을 사용하여 연속형 자료(연령, 용량 등)의 경우에는 중위수 및 사분범위나 평균 및 표준편차로 표기하였으며, 범주형 자료(성별, 암의 종류 등)는 빈도 및 백분율로 표기하였다. 군간 비교는 대상 환자수가 10명을 넘지 않는 군이 포함되어 비모수적 통계방법을 사용하여 분석하였다. 연속형 자료의 비교 분석에는 Kruskal-Wallis test와 Mann-Whitney test를 사용하였고, 범주형 자료의 경우 Chisquare test를 사용하였으며 예측 빈도수가 5 미만인 셀이 20%를 넘는 경우 Fisher’s exact test를 시행하였다. 유의 수준은 p<0.05로 정의했으며, 사후 분석(post hoc analysis) 시 임상적 유의성을 띄는 p<0.015로 정의하였다. 모든 자료는 Microsoft Office Excel 2016과 SPSS version 25(IBM CO., Armonk, NY, USA)를 이용하여 분석하였다.
피험자 보호본 연구는 한 상급종합병원에서 수행된 단일기관 후향적 연구로, 본원의 기관윤리심의위원회(Institutional Review Board, IRB)의 승인을 받아 진행하였다. (IRB number: 4-2019-0921)
2016년 1월 1일부터 2019년 6월 30일까지 42개월 동안 본 완화의료병동에서 섬망 치료 목적으로 대상 약물을 투여 받은 만 19세 이상의 암환자는 117명이었다. 이 중 연구에 포함된 환자는 63명으로, 제외된 54명 중에서 7명은 섬망 진단 이전에 뇌전증 진단력이 있었고, 25명은 완화의료병동 입원 전부터 섬망 치료목적의 약물을 복용해왔다. 또한, 섬망 진단 시점 이전부터 대상 약제를 투여 중인 환자 18명과 섬망 발생 당일 사망하거나 전실한 환자 4명이 제외되었다(Fig. 1).
대상 환자 63명은 섬망의 주 치료 약물로서 quetiapine, haloperidol, lorazepam, risperidone을 투여하였다. 이 중 quetiapine과 haloperidol을 95% 이상의 환자에서 사용하였는데, quetiapine 단독 투여는 27명(42.9%), haloperidol 단독 투여는 25명(39.7%), quetiapine과 haloperidol의 병용 투여는 8명(12.7%) 이었다. 그리고 lorazepam 단독 투여, risperidone 단독 투여, haloperidol과 risperidone 병용 투여한 환자가 각각 1명(1.6%)이었으며, aripiprazole, olanzapine, diazepam을 사용한 경우는 없었다. 이에, 투여 약제별로 각 1명 뿐인 경우는 통계분석에서 제외하였고, quetiapine 군, haloperidol 군, 그리고 병용(quetiapine+haloperidol)군으로 나누어 분석을 시행하였다.
섬망 치료에 사용된 주 치료 약물의 투여경로와 용량을 살펴보면, quetiapine 군의 경우 27명에서 모두 quetiapine 경구제가 사용되었다(Table 1). 평균 초회 용량은 17.4 mg이며, 초회 6.3 mg를 복용한 한 명을 제외하고 모두 초회 12.5 또는 25.0 mg 복용하였다. Benzodiazepine계 약물을 보조적으로 사용한 환자의 비율은 14.8%(4명)이다. Haloperidol 군의 경우 경구제와 주사제가 모두 사용되었으며, 경구제만 복용한 1명을 제외하고는 모두 주사제 단독 또는 주사제와 병용하여 사용되었다. 평균 초회 용량은 경구제의 경우 1.4 mg, 주사제의 경우 2.8 mg이며, 보조적 benzodiazepine계 약물을 투여 받은 환자의 비율은 48.0%(12명)이다. 병용군에서도 quetiapine은 모두 경구로, haloperidol은 경구와 주사로 투여되었다. 초회 용량은 quetiapine은 30.0 mg, haloperidol 경구제 1.1 mg, 주사제 2.3 mg으로 나타났으며, 병용군의 37.5% (3명)가 benzodiazepine을 보조적으로 사용하였다.
전체 대상 환자 63명의 연령 평균 및 표준편차는 64.5±11.9 세였으며, 연령 중위 값 및 사분범위는 64.0세(56.0-74.0)였고, 성별 분포는 남성이 46명으로 전체 환자 중 73.0%를 차지하였다. 세 군간 연령과 성별 분포에 유의한 차이는 없었다(Table 2). 대상 환자의 암 종류는 폐암이 16명(25.4%)으로 가장 많았고, 다음으로 췌장암(13명, 20.6%), 비뇨생식기암(9명, 14.3%)의 순으로 나타났다. 암의 종류 또한 세 군간 통계적으로 유의한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섬망 위험 요인 중 전해질 불균형의 경우 haloperidol 군에서 23명(92.0%), quetiapine 군에서 10명(70.4%), 병용군에서 4명 (50.0%)으로 나타났으나(
섬망 호전율을 분석한 결과, quetiapine 군 16명(59.3%), haloperidol 군 6명(24.0%), 병용군 1명(12.5%)에서 호전을 보여, 세 군간 통계적으로 유의한 차이가 있었다(
대상 약물로 인한 약물이상반응을 경험한 환자는 총 6명으로 각 군당 2명씩 발생하여, 각 군간 발생 비율의 차이는 없었다(Table 3). 관찰된 약물이상반응으로는 진정, 졸림, 정좌불능이 있었으며, quetiapine과 haloperidol을 병용한 군에서 발생한 2건은 약물 투여 기간과 약물이상반응 발생 시점을 고려 시 모두 quetiapine에 의한 약물이상반응 이었다. CTCAE 3등급 이상의 약물이상반응은 haloperidol 군에서만 1건 발생하였다. 사망률은 haloperidol 군 21명(84.0%), quetiapine 군 7명 (25.9%), 병용군 3명(37.5%)으로 통계적으로 유의한 차이가 있었으나(
본 연구는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완화의료병동 암환자를 대상으로 섬망 치료에 사용되는 항정신병 약물의 사용 현황을 조사하고, 약물들의 효과와 안전성을 비교 분석한 연구이다. 본 연구의 상급종합병원 완화의료병동의 경우, 섬망 치료를 위한 약물로 quetiapine과 haloperidol을 95% 이상의 환자에서 사용하였고, 주요 국제 지침에서 제시하는 나머지 aripiprazole, olanzapine, diazepam을 사용한 경우는 없었다.
섬망의 병태생리는 아직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으나, 도파민 (dopamine) 활성의 과다와 아세틸콜린(acetylcholine)의 감소로 인해 섬망이 나타난다는 신경전달물질 가설(neurotransmitter hypothesis)이 가장 널리 알려져 있다. 12,13) 이에, 도파민 D2 수용체(dopamine D2 receptor)를 억제하면서 낮은 항콜린성 작용을 나타내는 haloperidol이 대표적인 섬망 치료제로 권장된다. 그러나 강력한 도파민 D2 수용체 억제는 추체외로증상 (extrapyramidal syndrome), 지연성 운동장애(tardive dyskinesia), 프로락틴(prolactin) 증가 등의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 14) 비정형 항정신병약물은 haloperidol에 비해 다양한 신경전달물질 수용체에 친화성을 나타내는데, 이 중 quetiapine은 도파민 D2 수용체(dopamine D2 receptor)에 대한 길항 작용이 가장 약하고 세로토닌 5-HT2A 수용체(serotonin 5-HT2A receptor)와 더 높은 친화성으로 길항 작용을 나타낸다. 그 외에도 히스타민 H1 수용체(histamine H1 receptor)와 α1 아드레날린 수용체 (α1 adrenergic receptor)를 억제한다. 15) 이러한 기전을 바탕으로 quetiapine은 추체외로증상(extrapyramidal syndrome)의 발현율이 낮고 수면의 질을 향상시킬 수 있는 섬망 치료제로 고려해볼 수 있으며, 이에 따라 본 연구에서도 절반 이상의 환자가 quetiapine을 사용한 것으로 사료된다.
Benzodiazepine 계열 약물의 사용을 살펴보면 lorazepam을 단독 투여한 1건을 제외한 19건 모두 주 치료 약물과 병용하여 보조적으로 사용되었다. 이는 주요 국제 지침들의 권고 사항에서 benzodiazepine을 보조요법으로 제시한 것과 일치한다. 4,8) 본 연구에서는 quetiapine 군의 14.8%가 benzodiazepine을 보조요법으로 사용하여, Pornjira 등의 섬망 치료 약물의 처방 경향을 분석한 연구에서 항정신병약물과 benzodiazepine이 함께 사용된 비율 12.8%와 유사했다. 16) 그러나 본 연구의 haloperidol 군 및 quetiapine과 haloperidol의 병용군에서는 보조적 benzodiazepine을 투여 받은 환자의 비율이 48, 37.5%로quetiapine 군 보다 높았는데, 이는 Hui 등의 연구에서 완화의료 암환자의 흥분성 섬망 치료에 haloperidol 단독 투여보다 lorazepam 추가적으로 사용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는 근거에 의한 것으로 사료된다. 17)
각 약물 군별 용량을 살펴보았을 때, quetiapine 군의 경우 대부분의 환자에서 초회 12.5 mg 또는 25.0 mg을 경구로 복용하였으며, 이는 2018년 ESMO 지침에서 암환자의 섬망 치료에 권장하는 초회 용량인 25 mg 보다 적거나 유사하였다. 이후 증상이 조절되지 않는 경우 1일 최대 50 mg까지 증량하였다. 본 연구에서 Haloperidol 군은 초회 용량 0.75 mg에서 5 mg까지 경구 또는 주사로 투여하였는데, 이는 2018년 ESMO 지침에서 권장하는 초회 용량인 0.5 mg에서 1 mg보다 높은 용량이나, 환자의 임상 증상이 심각하여 지침 보다 높은 용량을 사용 한 것으로 사료된다. 실제 권장 초회 용량보다 높은 용량을 투여 받은 환자들의 전자의무기록을 검토해보았을 때, 산소 공급용 콧줄 또는 주입 중인 정맥주사를 제거하려 하거나 보호자에 폭력을 가하려 하는 등 위험 행동을 보인 경우가 많았다. 또한, 급성 증상 조절을 위해 약물을 투여하고 추후 정신건강의학과 협진을 통하여 용량을 조절한 것으로 보인다. Quetiapine과 haloperidol의 섬망 치료 효과를 증명한 Grover 등의 무작위 배정 임상연구에서도 quetiapine 12.5-75.0 mg, haloperidol 0.25-10.0 mg 범위 내에서 본 연구와 유사한 용량이 사용되었다. 18)
암환자에서 섬망을 유발할 수 있는 요인으로는, 대사적 원인, 약물 금단증상, 탈수, 해소되지 않는 통증, 탈수, 장폐색 또는 변비, 감염, 뇌전이, 방광출구폐쇄, 섬망 위험 약물 등이 알려져있다. 4) 본 연구에서 가장 많이 관찰된 섬망 위험 요인은 섬망유발 위험 약물 투여력이었는데, 섬망 유발 위험 약물 투여력은 세 군간 유의한 차이가 없었고, 항불안제/최면제와 PPI는 전체 환자의 약 40%가 복용하였다. 항불안제/최면제 중 가장 많은 환자(11명)가 복용한 alprazolam 성분의 경우 섬망 발생빈도는 명확하게 알려져 있지 않으나 혼돈이 1.5~10.4%에서 나타나는 것으로 보고되어 있다. 19) PPI의 경우 발생률은 명확히 알려져 있지 않으나, 약물이상반응으로 섬망, 혼돈, 또는 환각이 보고된 약물이다. 더불어, 60명의 섬망 환자 중 섬망 유발 위험 약물을 복용한 51명의 환자 중 약 70%에 해당하는 36명의 환자가 두 가지 이상의 섬망 유발 위험 약물을 복용한 것은 이 약물들의 병용으로 인한 섬망 발생 위험의 증가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으며, 완화의료병동 암환자에서 섬망 발생 위험 약물의 사용 검토의 필요성을 시사하는 것으로 사료된다.
섬망 위험 요인 중 전해질 불균형은 섬망 발생의 위험 인자로 알려져 있고, 4),8) 그 중 저나트륨혈증은 삼투압 감소로 인한 뇌 부종을 초래하여 신경학적 이상증상을 일으키는 가장 주요한 원인이다. 20,21) Zieschang 등의 연구에 따르면 저나트륨혈증 환자에서 정상 나트륨 수치를 보인 환자에 비해 섬망 발생률이 높으며 병원 내 사망률도 5배 가량 높다는 결과가 보고된바 있어,22) 완화병동 암환자에서 섬망 예방을 위해 보다 긴밀한 나트륨의 수치의 모니터링과 관리가 필요함을 보여준다. 본 연구에서는 haloperidol 군에서 저나트륨혈증을 포함한 전해질 불균형이 다른 군 보다 많은 경향을 보였고, 이로 인한 haloperidol 군의 섬망 호전율 감소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또한, 전해질 불균형이 조절되는 정도가 약물치료의 섬망 개선 효과 결과에 영향을 미쳤을 수 있으나, 본 연구에서는 기저 상태의 전해질 불균형에 대한 자료 수집 외에 전해질 불균형의 조절 정도에 대한 추적조사가 이루어지지 못하여, 약물 효과 평가 시 이에 대한 고려를 할 수 없었다는 한계를 가진다.
섬망의 호전율은 세 군간 통계적 유의성을 보여 quetiapine 군이 haloperidol 군에 비해 유의하게 높았으나(p=0.001), 다른 군 간에는 임상적 차이가 없었다(Fig. 4). 또한, 섬망 호전 후 재발생은 haloperidol 군에서만 발생하여 다른 군과 유의한 차이가 있는 것으로 조사되었으므로(p=0.002), haloperidol 보다는 quetiapine을 투여하는 것이 섬망 증상을 조절하는 데에 효과적임을 알 수 있다(Table 3). Lee 등의 무작위 배정 임상연구에서 haloperidol 군과 quetiapine 군 모두 섬망의 호전을 보였으나, quetiapine 군에서만 한국판 간이정신상태검사(minimental state examination-Korean version, MMSE-K) 3점 이상 상승한 인지기능의 의미 있는 호전을 보였다는 점이 본 연구와 유사한 결과이다. 23)
그러나, quetiapine과 haloperidol의 섬망 치료 효과 측정 방법으로 섬망 평가 척도 개정판(delirium rating scale-revised-98, DRS-R-98) 점수를 이용한 Maneeton 등의 연구와 한국판 섬망 평가 척도(Korean version of delirium rating scale, KDRS) 활용한 Choi 등의 연구는 각 척도 값의 변화를 통해 두 약제 간 섬망 치료 효과를 평가했을 때 유의한 차이가 없이 동등한 효과를 보인다고 보고하였다. 24,25) 이는 quetiapine 군이 haloperidol 군에 비해 유의하게 높은 섬망 호전율을 보인 본 연구의 결과와 차이를 보이는데, 본 연구에서 섬망 증상의 정도를 연속적인 수치로 평가하지 않고, 섬망 호전 여부에 초점을 두고 평가하여 결과에 영향을 주었을 가능성을 고려해 볼 수 있다.
본 연구에서는 섬망의 호전을 ‘임상관찰기록 상 신경학적 관찰 결과가 기면(drowsy), 혼돈(confusion), 혼미(stupor), 진정(sedation), 흥분(agitation)에서 명료(alert)로 변경된 경우’ 혹은 ‘간호기록 상 섬망 관찰 기록에 호전 여부가 명확히 기록 된 경우’로 정의하였다. 이는 Ryan 등에 의해 완화의료 환경에서 섬망 선별 도구로 검증된 confusion assessment method (CAM)의 기준 중 의식의 변화(altered level of consciousness) 에서 명료함(alert)을 정상(normal)으로 정의한 것에 근거하였다. 26) 여러 선행 연구들은 delirium rating scale (DRS), mini mental status examination (MMSE) 또는 중환자실을 대상으로 한 경우 intensive care delirium screening checklist (ICDSC) 등 섬망의 정도를 수치화 할 수 있는 도구를 1차 평가 지표로 사용하였다. 1,2,18,27,28) 그러나, 본 연구가 진행된 의료기관에서는 완화의료병동 환자의 섬망 발생 시 신경학적 관찰 기록이나 간호기록 서식에 환자의 증상을 기록하고 있었기 때문에, 상기 선행연구에서 사용한 평가도구를 사용할 수 없었다. 전자의무기록을 후향적으로 조사하였기 때문에 섬망의 발생과 호전 정도를 관찰하는데 어려움이 있었고, 증상이 호전되지 않은 환자와 더불어 약물 투여 이후 섬망 관찰기록이 불분명한 환자는 호전되지 않은 것으로 평가하였다. 호전 여부가 불분명한 환자 16명 중 말기 진정 환자는 3명, 진정 환자는 2명이 있었으며, 그 외 환자는 호전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전자의무기록이 명확하지 않았다. 이러한 한계점을 보완하여 추후 객관화된 지표를 통한 섬망 발생과 호전을 관찰한 전향적 연구가 필요할 것으로 사료된다.
약물이상반응 발생률 비교를 통한 안전성 분석 결과, 세 군 간 통계적으로 유의한 차이는 없었다. 이는, 선행 연구에서 1세대 항정신병 약물인 haloperidol과 quetiapine을 포함하는 2세대 항정신병 약물에서 약물이상반응 발현 정도에 차이를 보이지 않은 것과 일치한다. 2,29) 본 연구의 quetiapine 군에서는 2명의 환자가 낮 시간의 수면시간이 길어지는 등 진정 반응을 경험했으나, CTCAE 3등급 이상의 심각한 부작용은 보이지 않았다. Maneeton 등의 연구에서도 통계적으로 유의한 차이는 아니었으나, haloperidol 군(28.6%)보다 quetiapine 군 (41.7%)에서 과면증(hypersomnia)이 더 많이 발생하여 본 연구와 유사한 결과를 보였다. 24) 본 연구의 haloperidol 군에서 발생한 부작용 2건은 모두 정좌불능으로, 이 중 1건은 CTCAE 3등급에 해당하는 약물이상반응으로 근육 내 주사한 경우에서 발생하였다. Lee 등의 연구에서는 약물이상반응 중 특히 추체외로증상 평가 척도(drug induced extrapyramidal symptom scale, DIEPSS)를 사용하여 haloperidol과 quetiapine에 의한 추체외로증상을 비교하였는데, 두 약물에 의한 추체외로증상 발생률에는 유의한 차이가 없었다. 23) 그 외 선행 연구에서 언급된 QT 간격 연장2) 약물이상반응은 본 연구 대상 환자에서는 관찰되지 않았다. 사망률은 haloperidol 군에서 quetiapine 군에 비해 통계적으로 유의하게 높았다(
본 연구의 한계점은 다음과 같다. 전자의무기록을 이용한 후향적 연구이므로 통계적 검정력에 근거하여 표본수를 산출하지 않고, 선정 기준에 해당하는 단일 병동의 소규모 환자를 대상으로 한 연구이므로 연구의 결과를 완화치료를 받는 모든 암환자에게 일반화할 수 없는 한계를 갖는다. 이에 대해 G*Power 3 프로그램 30)을 이용하여 사후 검정력 분석을 시행한 결과, 효과크기는 0.5로 컸으며, 해당 효과크기와 유의수준 0.05으로 분석한 검정력은 87.1%로 높게 나타났다.
그리고 본 연구는 전자의무기록 검토를 통해 후향적으로 수행한 연구로써 자료 수집에 어려움이 있었다. 그 예로 섬망 발생의 위험 요인 중 약물 금단증상과 탈수는 자료 수집이 불가능하여 본 연구에서는 제외하였다. 또한, 섬망의 발생과 호전을 평가함에 있어 객관화된 지표를 사용하지 않았기 때문에 관찰자의 기록에 주관적이 판단이 개입되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마지막으로 해당 의료기관 완화의료병동의 경우 주요 국제 지침에서 1차 치료제로 언급하고 있는 약물인 aripiprazole, olanzapine을 섬망 조절 목적으로 사용하고 있지 않아 다양한 약물에 대한 비교를 할 수 없었다. 따라서, 앞으로 대규모 환자를 대상으로 보다 다양한 약물의 효과와 안전성을 비교하는 전향적 연구가 필요할 것이다.
완화의료병동 암환자들의 섬망 치료에 사용된 항정신병 약물의 분석 결과, quetiapine과 haloperidol이 빈번히 사용되었다. 본 연구에서 quetiapine을 투여하는 것이 섬망 증상 조절에 가장 효과적인 것으로 나타났으며, 약물 간 약물이상반응 발생률에는 통계적으로 유의한 차이가 없었다. 따라서, 완화의료병동 암환자들의 섬망 치료에 quetiapine을 1차 약제로 고려해볼 수 있으나, 이 연구를 보완하여 추후 대규모 환자 및 다양한 약물을 대상으로 하는 추가적인 연구와 전향적 연구를 통한 확증이 필요할 것이다.
저자들은 본 논문의 내용과 관련하여 그 어떠한 이해상충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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