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혈압은 관상동맥 질환, 심부전, 뇌졸중과 같은 심뇌혈관계질환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조절 가능 위험인자이다.1) 한국은 지난 20년 동안 고혈압 유병률에는 큰 차이가 없었으나(1998년; 29.8%, 2018년; 29%) 인구 고령화로 인해 고혈압 환자수는 증가하고 있다(1998년; 760만명, 2018년; 1200만명).2,3)한국의 의료비 지출은 지속적인 증가 추세에 있으며 의료비지출 증가 속도도 1.4% (2013년과 2018년 사이 증가율)로 경제 협력개발기구(organization for economic cooperation and development, OECD) 평균 0.1%에 비해 빠른 것으로 나타났다.4) 그러므로 고혈압을 적절히 치료하는 것은 사회 경제적인부담을 줄이는 데 필수적이다.3)
고혈압 치료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고혈압 치료 시 일차선택약물로 조절되지 않을 경우 기전이 다른 약제를 병용하고, 혈압이 160/100 mmHg 이상이거나 목표혈압보다 20/10 mmHg 이상 높은 환자에서는 처음부터 기전이 다른 두 약제를 병용하도록 권고한다.5,6) 그러므로 두 가지 이상 성분을 합해서 만든 복합제가 생산되고 있고, 이는 환자가 복용해야 하는 알약개수를 줄여 복약 순응도를 높이는데 도움이 된다.5,6) 고혈압복합제는 고혈압 약들의 복합제 뿐 아니라 이상지질혈증 치료제인 HMG-CoA reductase와 같이 동반질환의 치료제를 포함한 복합제 등으로 다양해지고 있다.7,8) 국내 고혈압 복합제의처방 빈도 또한 증가하고 있으며,9) 그로 인해 동일 성분이나동일 계열 약물이 중복 처방 될 가능성도 증가한다.7) 동일 계열 중복 처방에 관한 다양한 해외 연구들이 있다. 일본의 연구에서는 65세 이상에서 가장 많은 빈도로 처방되는 약물이 항고혈압제이며 그 중 0.2-0.3% 정도가 중복되는 것으로 나타났으며,10) 말레이시아의 한 연구에서는 valsartan과 telmisartan, nifedipine과 felodipine, nifedipine과 amlodipine 중복 처방을포함한 계열 중복에 관한 연구에서 복합제의 사용이 약물 중복 처방을 증가시킨다고 하였다.11) 또한, 바레인의 연구에서도 흔한 잠재적 부적절 중복 처방(potentially inappropriate duplicate prescription, PIDP) 사례 중 하나로 항고혈압제 중복 처방이 있었다.12) 의도하지 않은 동일 계열 중복 사용은 대부분 치료 이익 없이 약물이 낭비되거나 의도하던 치료용량보다 과용량 사용을 유발하고, 환자 상태와 맞지 않은 용량을 복용하게 하여 이상반응 발생의 위험을 증가시킬 수 있다.10-13)
우리는 본 연구를 통하여, 국내 고혈압 복합제를 처방받은환자를 대상으로, 동일한 계열의 고혈압 치료 약물이 중복 사용 되는 현황 및 중복 처방받은 환자들의 특성, 그리고 중복 처방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들을 확인하고자 하였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2019년 전체 환자표본데이터셋(HIRA-NPS-2019)을 사용하였다. HIRA-NPS-2019는 연령 및 성별기반으로 계층화된 무작위 표본추출 자료로 전체 청구자료의2%에 해당한다. HIRA-NPS 자료는 매년 새로 수집되기 때문에 1년 이상의 연속적인 추적 연구는 불가능하다.14) 본 연구는중앙대학교 Institutional Review Board에서 승인받았다(승인번호: 1041078-202109-HR-280-01).
외래환자만을 대상으로 하였으며, 제7차 한국표준질병사인분류 코드 7차 개정(Korean classification of diseases 7th edition; KCD-7) 주상병코드가 I10[본태성(원발성) 고혈압], I11[고혈압성 심장병], I12[고혈압성 신장병], I13[고혈압성 심장 및 신장병], I15[이차성 고혈압]인 고혈압 환자를 추출하였다. KCD코드는 국제질병분류기호(international classification of diseases, ICD)를 한국 시스템에 맞게 수정한 코드이다.14) 고혈압 환자중 20세 이상 고혈압 복합제를 처방받은 환자를 연구대상자로선정하였으며, 가장 첫 번째 받은 처방을 기준으로 하였다.
국내 출시된 고혈압 복합제 약물 목록은 2019년 약제급여목록표를 통해 확인하였으며 각 계열 단일제 약물 목록(Supplementary Table S1)도 약제급여목록표를 이용하였다.15) 고혈압 복합제의 종류는 Table 1과 같다. 연구대상자 중 동일한 계열의 고혈압 약제를 병용하는 환자를 선별하여 약물군중복처방(class duplication prescriptions, CDP) 군으로 정의하였다 (Supplementary Table S2). 단, calcium channel blockers (CCB) 중 nondihydro-pyridines (non-DHP)계는 제외하였다.
본 연구에서 사용된 변수는 성별, 나이, 의료보험의 유형, 의료기관 종류, 처방의의 전공, 지역, 동반 질환이다. 의료보험의유형은 국민건강보험과 의료급여 및 국가보훈보험으로 나누었으며, 의료기관의 종류는 상급종합병원, 종합병원, 의원, 보건소와 기타로 묶어 분류하였다.16) 처방의 전공은 내과, 가정의학과와 기타로 분류하였다. 지역은 의료기관의 위치에 따라서울지역, 경기지역(인천 포함), 강원지역, 충청지역(대전, 세종포함), 전라지역(광주 포함), 경상지역(대구, 울산, 부산 포함),제주지역으로 분류하여 분석하였다. 고혈압의 주요 동반질환으로 이상지질혈증(KCD-7: E78), 관상동맥질환(협심증, 심근경색) (KCD-7: I20, I21), 만성콩팥병(KCD-7: N18), 뇌졸중(KCD-7: I63), 만성 심부전(KCD-7: I110, I130, I132, I50)에대해 관련성을 분석하였다.17,18)
동일 계열 항고혈압제 중복 처방군과 대조군의 각 독립 변수에 대한 비교는 카이제곱 검정을 통해 시행하였다. 이후 종속 변수와 독립 변수 간의 관계를 예측하기 위해 다중 로지스틱 회귀분석(multiple logistic regression analysis)을 시행하여각 독립 변수에 대한 오즈비(odds ratio, OR)를 산출하였다. Hosmer-Lemeshow goodness-of-fit test를 통해 모델 적합성을검정하였으며 p 값이 0.05 미만일 때 통계적으로 유의미하다고 판단하였다. 통계적 분석은 R software (version 3.5.1)을 이용하였다.
2019년 HIRA-NPS 자료의 전체 인원 991,189명 중 고혈압진단을 받은 사람은 136,905명이었으며, 그중 20세 이상 고혈압 복합제를 복용하는 환자는 총 74,165명(54.2%)이었다 (Fig. 1). 이 중 CDP군은 426명으로 연구대상자의 0.6%을 차지하였고, 계열별 CDP 발생은 CCB (194명, 45.5%), angiotensin II receptor blockers (ARB) (136명, 31.9%)에서 높았다. 연구 대상자들의 특성은 Table 2에 요약되어 있다. 고혈압 복합제 사용은 남성이 여성보다 높았으며(53.4% vs 46.6%,
고혈압 복합제를 가장 많이 처방한 의료기관은 non-CDP 군과 CDP 군에서 모두 의원이었으며(78.2% vs 66.0%,
CDP에 영향을 주는 인자의 결과는 Table 3에 나타냈다. CDP는 여성(OR 0.75, 95% CI 0.61-0.92)에서 남성에 비해 낮았다. 또한 20-39세와 비교하여 75세 이상에서 CDP가 1.8배(OR 1.83, 95% CI 1.02-3.52) 증가하는 경향을 보였다. 만성콩팥병(OR 4.45, 95% CI 2.15-8.25)을 동반질환으로 가진 군에서 그렇지 않은 군보다 CDP가 높았으며, 만성심부전(OR 2.71, 95% CI 1.93-3.72), 관상동맥질환 (OR 2.22, 95% CI 1.60-3.03)을 가진 군에서도 유의하게 높았다. 의료보험 유형에 따라서는 의료급여 및 국가보훈보험군(OR 1.49, 95% CI 1.04-2.07)에서 CDP 경향이 높았다. 의료기관 중에서는 의원(OR 0.52, 95% CI 0.35-0.79)이 3차 의료기관에 비해 CDP 처방경향이 낮았다.
우리는 이 연구를 통하여 고혈압 복합제를 사용하는 사람이2019년 고혈압 환자의 54.2% (74,188명)로 과반이상을 차지하고 있었으며, 연구대상자 중 CDP 군은 426명으로 연구대상자의 0.6%를 차지함을 확인하였다. 그리고, CDP는 고령, 만성콩팥병, 만성심부전, 관상동맥질환을 동반한 환자와 의료급여및 국가보훈보험 환자에서 처방되는 경향이 높았고, 여성과의원에서는 더 낮은 경향을 보였다.
고혈압은 높은 유병율을 보이는 만성질환으로, 환자의 복약순응도를 높이기 위하여 두 가지 고혈압 약물을 병용으로 시작할 때 복합제의 사용이 권고되고 있으나, 다양한 성분 조합,용량으로 인해 처방 시 중복처방과 같은 오류를 유발할 가능성이 높다.5,7)
중복 처방 발생 위험이 높은 이유중 하나는 상품명 만으로는 복합제임을 인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21,22) 국내의 경우,의약품 적정사용(drug utilization review, DUR) 시스템을 통하여 2013년부터 고혈압 치료 약물을 포함한 효능군중복주의의약품 목록을 제공하여 중복을 피하도록 권고하고 있으나,23) DUR로 인한 처방변경이 의무사항은 아니라 중복을 피하는데한계가 있었을 수 있다.
고혈압 치료 약물 계열 중 CCB는 CDP가 194명(45.5%)으로가장 많은 수를 차지했다. 이 결과는 고혈압 복합제와 약물 오류에 관한 아일랜드의 연구와 동일한 결과다.7) 국내의 고혈압약제 사용양상에 관한 연구에서 ARB (51.6%)와 CCB (45.0%)의 사용이 많았고, 단독요법에는 CCB (25.7%)가, 복합제로도 CCB와 ARB의 사용이 가장 높음을 보여주었다.9) CCB와 ARB의 CDP가 높은 이유는 두 약물이 실제로 사용이많다는 점과 고혈압 치료 1차 선택 약물이기 때문일 것으로 추정된다.5,6)
약물의 중복투여는 다약제 사용과 관련이 있다는 선행연구들이 있다.24,25) 본 연구의 CDP 증가와 유의한 관련성이 있는요인들인 고령, 동반질환, 낮은 사회경제적 수준은 다약제 사용과 관련된 요인이었다.24,26,27) 75세 이상에서 CDP가 1.8배(OR 1.83, 95% CI 1.02-3.52) 증가하는 경향을 보였는데, 이전의 다른 연구에서도 노인의 다약제 복용으로 인해, 약물의 중복 투여의 가능성이 높고, 중복 투여 및 약물상호작용 등으로인한 부작용의 위험이 증가할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28) 만성콩팥병 환자들은 신기능 감소에 따라 빈혈, 골질환, 고콜레스테롤혈증 및 심혈관 합병증 관리를 위해 복용하는 약물의 가짓수가 많고, 5기 만성콩팥병 환자는 평균 10-12가지 약물을복용하고 있는 다약제 복용 환자들이다.29) 만성콩팥병 환자중 알부민뇨를 동반한 환자의 경우 일반 고혈압환자에 비해더 낮은 목표 혈압을 가지며 적극적인 고혈압 치료를 하게 된다.5) 또한, angiotensin converting enzyme inhibitors (ACEI), ARB와 CCB는 신기능 장애를 유발하는 단백뇨의 감소에도사용될 수 있어,30,31) 만성콩팥병과 다른 동반질환을 가질 경우 CDP를 유발하기 더 쉬울 것이라 추정된다. 만성콩팥병 다음으로, 심부전을 동반질환으로 가지고 있는 환자에서 CDP비율이 높았다. 심부전 또한 다약제 사용이 많은 질환이며,32)심부전 환자의 주요 치료제로 ACEI, beta blockers (BB), angiotensin II receptor blocker/angiotensin receptor-neprilysin inhibitors (ARB/ARNI) 복합제 등 다양한 약제가 쓰인다.33)특히 ARB/ARNI 복합제와 ARB 중복 투여 가능성도 있었을것으로 추정된다. 관상동맥질환도 다약제 복용을 유발할 가능성이 높은 질환으로 CDP도 유발하기 쉬울 것이라 여겨진다.32)의료급여 및 국가보훈보험군이 CDP가 높은 것은 사회경제적수준이 낮은 그룹에서 만성질환과 우울증, 통증, 관상동맥질환의 발생율이 높았고, 이 환자들의 다약제 사용이 높았던 결과를 보여주었던 다른 연구의 결과와 같은 이유일 수 있을 것이다.27,34) 또한, 의료급여 및 국가보훈보험 군이 본인부담금이 적어 나타날 수 있는 의약품의 과소비 경향도 또 다른 이유일 수 있을 것이라 추정된다.34)
CDP 처방 경향은 남성에 비해 여성에서 낮았다. 스웨덴의다약제 사용과 관련된 연구에서도 여성의 비율이 남성에 비해더 낮고,38) 남자들이 더 중증도의 질환을 동반하는 비중이 높았다는 연구도 있어서,39) 본 연구의 결과를 뒷받침하기도 하나, 또 다른 연구에서는 다약제 사용의 비율이 여성에서 높아본 연구의 결과와 다르기도 하였다.32)
의료기관의 종류에 따라서는 의원을 방문한 환자들이 CDP발생에 있어서 유의하게 낮은 관계가 있음을 보여주었는데,이것은 기존의 연구들과 다른 결과였다.35,36) 국내는 약국 요양급여비용 본인부담률 차등 적용에 관한 지침에 따라 282개질환에 대하여서는 상급의료기관에서 처방시 환자의 본인부담률이 의원에 비해 높아지는데, 악성이 아닌 고혈압(I10.0),상세불명의 원발성 고혈압(I10.9)이 여기에 해당되어 합병증을 동반한 고혈압이 아닌 경우 대부분의 고혈압 환자들은 의원에서 처방을 받게 된다.37) 따라서, 다른 의료기관에 비해 의원에서 고혈압 약물을 처방받는 환자들이 상대적으로 동반질환이 적은 고혈압 환자일 경우가 많아 CDP의 경향이 낮았을것으로 추정된다.
우리 연구의 강점은 국내에서 사용되는 고혈압 복합제를 중심으로 고혈압 약물의 계열 중복 현황을 확인하고 고혈압 약물의 계열 중복을 유발하는 요인에 관한 첫 번째 연구라는 점이다. 또한 고령, 만성콩팥병, 만성심부전, 관상동맥질환 환자들과 같은 다약제를 복용하는 환자에서 계열 중복 사용의 위험이 높아질 수 있음을 확인하였다.
이 연구의 제한점으로 첫 번째는 동일 성분의 중복처방을 고려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두 번째로 약 변경과정에서 중복될 수 있는 경우를 제외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세 번째로, 청구자료를 이용한 연구이어서 처방된 약이 실제 복용되었는지 확인할 수 없다는 점이다. 그럼에도 이 연구는 고혈압 환자의CDP 발생 현황을 확인하고, CDP 군에 영향을 주는 인자에 대해 분석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고혈압복합제를 복용하는 환자의 0.6%에서 CDP가 발생했는데 CCB와 ARB 중복이 높은 비율을 차지했다. CDP 발생에유의한 영향을 미치는 인자는 고령, 동반질환 중 만성콩팥병,만성심부전, 관상동맥질환, 의료급여 및 국가보훈보험이었다.따라서, 이런 환자에서는 CDP 감소를 통한 환자의 안전한 약물 사용에 기여하기 위하여 약사의 면밀한 처방 감사가 중요할 것이다.
저자들은 본 논문의 내용과 관련하여 그 어떠한 이해상충도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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